대법원, 불법 반출 개연성만 갖고 취득시효 적용 배제 어렵다 판단
부석사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판결이며 약탈문화재가 합법이라고 인정해 준 것"
대법원 민사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26일 오전 10시 2호 법정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인도 소송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항소심과는 달리 소송을 제기한 서산 부석사와 과거 고려 시대에 서주 부석사가 독립한 사찰로서 실체를 유지해 존속했다고 판단했다.
1330년대부터 부석사는 실체를 갖고 있었으며 사찰 재산 등 일부가 변경됐을 뿐 사찰의 인적 요소인 승려 등 계속성이 상실되거나 종교 시설이 완전히 소실됐다고 판단할 자료가 없다고 봤다.
이 중 서산 부석사는 서주 부석사와 같은 지역에서 독립한 권리 주체성을 가진 전통 사찰로 오랜 기간 존재했고 ‘부석사’라는 명칭을 가진 다른 사찰이 없어 두 사찰이 동일한 사찰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부와 같이 취득시효 만료 시점에 불상을 갖고 있던 일본국 민법을 준거법으로 봤을 때 관음사가 1953년 1월 26일 불상을 취득한 뒤 자유점주를 갖고 20년 동안 불상을 갖고 있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인정했다. 자주점유란 목적물을 소유자인 것처럼 지배하려는 의사를 갖고 하는 점유를 의미한다.
특히 불상이 고려 시대에 왜구에 의해 약탈당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을 개연성이 상당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관음사의 자주점유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불상이 문화재라는 이유로 점유취득시효 규정 적용을 배제할 수 없어 부석사가 독자적으로 불상을 소유한 원시취득자라 인정되더라도 관음사가 취득시효를 완성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대법원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원우 스님은 “이번 판결은 고려인 후손의 책임을 망각한 판결이며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판결”이라며 “약탈문화재가 취득시효로 합법적인 소유권을 인정받는 야만적인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러한 논리라면 힘이 센 사람이 문화재를 약탈해 20년 이상 자주점유를 갖고 소유한다면 취득시효로 소유권을 인정받는 등 합법화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야만시대를 부추기는 판결”이라며 “과거 서주 부석사가 현존하는 부석사인 점을 증명하기 위해 발굴을 시작했고 통일신라 말기부터 고려 초기의 유물들이 나오고 있다. 서주 부석사와 다르다는 것은 검사들의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약탈문화재에 취득시효를 인정하면 이 세상의 모든 약탈은 합법화가 되며 약탈 및 도난 문화재를 돌려받을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아직 반환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문화재 약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야만 시대를 종식하는 운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불상은 높이 50.55㎝, 무게 38.6㎏으로 고려시대인 1330년께 고려 충선왕 즉위 일에 맞춰 당시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으며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문화재 절도단 9명은 지난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던 이 불상을 훔쳐 국내로 들여왔고 불상을 22억원에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현재 이 불상은 몰수돼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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