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봉쇄선을 뚫고 이스라엘에 침입한 가자 지구 하마스 요원에 의해 납치돼 가자로 끌려갔다가 17일 만인 23일 석방된 이스라엘의 요체베드 리프쉬츠(85)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인질 생활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고령에도 병원 체크를 반나절에 마치고 기자들과 총기 있게 대면한 고령의 리프쉬츠는 영국에서 날라온 딸이 영어로 통역한 히브리어 회견 서두에서 봉쇄선 인근의 키부츠에서 총을 든 하마스 요원에게 오토바이에 실려 끌려갈 때는 '지옥' 같았으나 터널 안 감금 보호 생활은 이와는 상당히 달랐다고 말했다.
유포된 다른 인질 사진들처럼 흰 복면을 둘러씌워지지는 않았으나 노인은 가자로 들어갈 때 숨 쉬기가 어려웠고 찰과상을 입었다. 하마스는 수백 명의 공동 생활자들이 '천국'으로 부르곤 하는 키부츠 7곳을 급습해 110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고 220명을 인질로 끌고갔다. 하루 동안 교전하면서 하마스 1000여 명과 이스라엘 군인 300명이 사망했다.
리프쉬츠는 어리둥절할 기자회견 초두에 '이스라엘 정부가 수십 억 달러를 써 국경 봉쇄선 철조망과 철벽을 세웠으나 하마스를 막는 데는 아무짝에도 소용없었다'는 일침을 놓았다.
끌려갈 때 하마스에 막대기나 회초리로 맞아 얼굴에 상처를 입었으며 가자 땅에 내린 뒤 수 킬로의 진창을 걸어야 했고 끌려간 곳은 '거미집 같은 미로'의 터널 안이었다. 오토바이에 탈 때 하마스가 그녀의 시계와 보석류를 벗겨갔다.
터널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다른 요원들이 인질들을 맞으면서 "우리는 코란을 믿는다, 해서 당신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은 다른 24명의 인질과 함께했으며 배당된 터널은 "부드럽고 축축한 바닥"이었다. 서너 시간 뒤 노인의 키부츠인 니르 오즈 마을사람들 5명이 분리해 다른 방으로 보내졌다.
경비병들 외에 의료 처치인 그리고 의사가 각 1명 씩 있었다. 터널 안에서 인질들 모두 '깨끗하게' 지냈다고 히프쉬츠는 말했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잤으며 의사가 이삼일에 한 차례 씩 다녀갔으며 끌려올 때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친 다른 인질 한 명은 상처를 치료 받았다.
의료 처치자가 와서 인질들이 필요한 약을 가져다 주었다. 노인의 인질 그룹인 5명에 대해 1명씩 간수가 붙었다. 노인 등 인질들을 잡아가 감금한 하마스는 "아주 세세한 구석까지 우리를 살피고 돌보았다"면서 "여성 위생"을 아는 여성 간수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감금 중 흰 치즈와 오이로 끼니를 이었는데 자신들을 지키는 하마스 간수들도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리프쉬츠 노인은 전날 밤 다른 이스라엘 여성(79)과 석방될 때 마지막 순간에 자발적으로 뒤로 돌아서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했던 하마스 요원과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장면에 대해 말들이 많았는데 런던서 날아온 딸은 "엄마의 평소 성품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참말 우리 엄마"라는 것이다.
리프쉬츠의 남편 역시 인질로 끌려가 억류되어 있으며 오래 언론인 생활을 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익'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이보다 이틀 전인 20일에 미국인 모녀 2명이 처음으로 인질에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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