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지지' 글 올린 직원 "잠재적 테러 지원" 분류
직원들, 회사 경영진에 정치적 입장 표명 압박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반대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직원 명단이 적힌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한 웹사이트에 등장했다.
명단에는 SNS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 지지 공개 성명을 낸 직원 이름과 근무처가 적혔다. 대부분 대학이나 외국계 스타트업이지만 아마존, 딜로이트, 마이크로소프트, 마스터카드, 매켄지 등 미국 주요 기업도 포함됐다.
명단에선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팔레스타인 국민과 함께한다"는 인도주의적 문구 작성자도 '잠재적 테러 지원자'로 분류됐다. 이 웹사이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명단에 이름이 오른 캘리포니아의 한 구글 디자이너는 지난주 링크트인 게시물에 "테러 관련 당신의 지지가 감시 및 기록되고 있다. 앞으로 일자리를 찾는 데 행운을 빈다"는 댓글이 달린 뒤 삭제됐다고 전했다.
이 디자이너는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 공격 약 일주일 뒤 링크트인에 "계속된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 팔레스타인인들과 무고한 어린이들에게 진심 어린 헌사를 바친다"며 자신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렸었다.
캐나다 변호사인 노라 파탈리푸어는 지난 20일에만 전쟁 관련 발언으로 문책을 받거나 해고당한 사람들로부터 전화 50통 이상 받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 내부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 지지 성명을 발표하거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관련 성명을 내라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일부 구글 직원들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이스라엘 피해에 대한 애도 성명은 낸 반면, 팔레스타인 측 희생자 관련해선 어떤 언급도 없다며 공개 성명을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외부 검열도 거세다. 유럽 최대 정보통신(IT) 콘퍼런스 주최사인 웹서밋의 패디 코스그레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의 보복을 '전쟁 범죄'로 비난한 뒤 빅테크 기업 반발을 불러일으켜 결국 사임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선 팔레스타인 관련 콘텐츠만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의 무슬림 직원 내부 포럼에선 회사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댓글 필터 기능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다.
메타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관련 혐오 댓글이나 팔레스타인 지역 관련 댓글에 대한 자동 필터 기능을 강화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아랍어 방언 구문이 오역되거나, 불충분한 히브리어 데이터로 인해 필터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 프로필 자동 번역 기능에선 '팔레스타인' 단어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로 번역되기도 했다.
메타 측은 기타 언어에 대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특히 회사 시스템이 초기 다양한 아랍 방언 차이를 이해하도록 훈련되지 않아 팔레스타인 방언의 경우 성능이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홍보회사인 레퓨테이션 파트너스의 앤마리 미첼 수석 부사장은 기업이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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