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인근 주민들, 온배수 영향으로 오른 해수온도…어패류 종적 감춰
전문가들 "해수온 상승하면 용존산소량 줄어, 어패류 폐사 가능성 있어"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영흥화력발전소가 들어오고 삶이 달라졌어요. 바지락과 동죽 등 수산 자원이 씨가 말라 더 이상 어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찾은 인천 옹진군 영흥면 외1리.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는 영흥화력발전소의 가동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가 운영 중인 영흥화력발전소는 2004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석탄을 이용하고 있는 영흥화력발전소는 건립 첫해 2개의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다가 2008년과 2014년 각각 2개의 발전기를 추가로 도입해 현재 1~6호기 (5080㎿)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영흥도에 자리 잡으면서 어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화력발전소가 들어오면서 해양생태계가 파괴됐다고 입을 모았다.
발전소 온배수(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바다로 다시 배출하는 따뜻한 물)로 인해 수온이 상승, 바지락과 동죽, 굴 등이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김성무(61) 외1리 어촌계장은 “온배수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풍부했던 어패류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많은 주민들이 어업을 그만두고 막노동이나 농업으로 직종을 바꾸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어촌계 관계자도 “온배수 배출로 인근 갯벌 생태계가 파괴됐다”며 “매년 종패(씨를 받기 위한 새끼조개)를 살포해도, 온배수로 따듯해진 수온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않아 폐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대로 어업 활동을 통해 자식들 대학도 보내고 했는데, 이제는 포기한 상태”라면서 “오히려 조개를 다른 지역에서 사먹고 있다”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전문가들도 발전소의 온배수로 인근 해역의 수온이 상승했다면, 충분히 해양생태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지락과 동죽, 굴 등 어패류들은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수온이 1.5~2도만 오르더라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는 “바지락 등 어패류들은 수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특히 수온이 올라가게 되면 용존산소량이 줄어들어 어패류가 폐사하는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어패류의 번식은 땅속이 아닌 물속에서 이뤄진다”며 “만약 수온이 맞지 않는다면, 유생은 해류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만큼 해당 해양생태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연하 그린피스 오션 캠페이너는 “발전소 오염수 등 인위적인 해수온 상승은 해양 생물이 미처 적응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즉각적인 해양 생태계 변화를 초래해 먹이 섭취를 포함한 전반적인 서식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건강한 바다와 해양생물들은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열을 적극 흡수하며 탄소순환을 돕는 데, 급격한 해수온 상승은 해양 생태계가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방해해 기후위기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흥화력발전본부는 지난해 ‘영흥발전본부 1~6호기 가동으로 인한 온배수 영향 어업피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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