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연구소와 발전 5개사, 최근 5년간 온배수 559억t 배출
송기헌 의원 "온배수 배출 기준 마련 미흡…관련 기준과 규정 정비 나서야"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대책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발전기 터빈을 식히기 위해 사용됐다가 해상으로 다시 방류되는 온배수에 대한 규제 방안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 ‘열오염’의 개념을 정의, 규정하고 온배수 배출 기준 등을 명시한 법률을 제정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으로,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강원 원주시을)이 최근 5년(2019~2023년 8월 기준)동안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5개사가 운영 중인 원전 및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고 있는 온배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수원과 5개사는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559억4000만t의 온배수를 해양으로 쏟아냈다.
화력발전소의 온배수는 터빈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취수했다가, 열 치환 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해수 취수구와 배출구의 수온차는 7도의 차이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해 1월과 8월 온배수의 취수구와 배출구 평균 수온차가 14도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렇게 배출된 온배수가 인근 해역의 평균 수온이 올려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해수의 밀도가 감소, 용존산소가 줄어들어 어패류 서식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은 일찍이 열오염을 환경오염으로 규정하고, 무분별한 온배수 배출을 막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은 1990년대와 2000년도 초반부터 온배수 배출과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뒤따라 중국과 유럽도 동참했다.
이들 국가의 법안은 ‘온배수를 열오염으로 규정, 온배수와 해수와의 수온차를 일정 수준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소 인근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지역 주민과 발전소 간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온배수 배출 규제를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특히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연구용역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는 주민들이 온배수 피해를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하자 온배수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피해 범위를 특정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주로 바지락과 동죽 등 어패류를 채취해 생업을 이어가던 영흥도 주민들은 온배수로 수온이 올라가 해양생태계가 붕괴돼 더 이상 어업에 종사할 수 없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에도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력발전소 온배수가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피해 범위를 산정하기 위한 방식을 두고도 이견이 나오기도 한다.
영흥발전본부는 ‘화력발전으로 인한 온배수 영향에 따른 어업피해조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피해보상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최만식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는 “온배수로 인한 어업 피해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라며 “해수의 온도가 1도가 오른다고 가정을 해도, 해양에는 다양한 생물체가 살아가기 때문에 모든 생물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업량이 줄어든 것이)온배수 배출로 인한 피해인지 다른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피해인지를 분석하는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기헌 의원도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온배수 피해를 막기 위한 연구를 오랜 기간 이어왔고 이를 기반으로 법령을 제정해 철저하게 배출을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에 대한 연구나 기준 마련이 미흡하다”며 “국민 불안을 불식하고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기준과 규정 정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01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