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광주시, 정율성 사업 정면충돌…“용납불가” vs “적법 사무”(종합)

기사등록 2023/10/11 16:22:16 최종수정 2023/10/11 19:16:04

보훈부 "세금으로 적군 기념 용납 불가" 시정명령 발동 예고

광주시 "35년간 이어진 한중 우호교류 사업…위법 사항 없다"

기념 시설물 있는 광주 동·남구, 화순군은 향후 대응 '신중론'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국가보훈부가 광주시를 향해 정율성 기념 사업 중단을 권고한 11일 오후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10.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구용희 변재훈 기자 = 국가보훈부가 항일 단체 출신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을 기념하는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권고에 대해 광주시 등 관련 지자체는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광주시는 11일 "정율성 생가 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 이 사업을 지혜롭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국가보훈부의 사업 중단 권고에 선을 그었다.

이어 "정율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는 정율성의 생가(동구 불로동)를 복원하는 한편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2018년부터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비 48억 중 부지매입비만 30억 원에 달한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정율성 관련 기념 사업을  추진했거나 기념 시설물이 있는 광주 동구·남구와 전남 화순군도 이날 국가보훈부의 권고에 귀추를 주목하며 향후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동구는 관내인 불로동에 시 역사공원 사업 현장인 정율성 생가터가 위치해 있다. 남구는 양림동 일대 도로에 '정율성로'로 이름 붙이고 동상과 거리 전시관 등을 조성했다. 특히 정율성 동상은 최근 보수단체 회원이 무단 철거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 출신이자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의 행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시민들이 길을 재촉하고 있다. 2023.08.29. leeyj2578@newsis.com


화순군에는 '유적지 관광명소화' 사업 일환으로 정율성이 유년시절을 보낸 능주초등학교에 '정율성 교실', 벽화, 흉상 등이 건립돼 있다.

이들 기초 지자체는 '보훈부가 공문으로 사업 중단 권고를 하면 향후 계획을 밝히겠다', '권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최종 확인한 뒤 정율성 관련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 등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화순=뉴시스] 이영주 기자 =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 출신이자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의 행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오전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정율성의 흉상이 설치돼있다. 정율성은 유년기 화순에 머무르며 능주초를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3.08.29. leeyj2578@newsis.com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율성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의 나팔수이자 응원대장으로 우리 국민과 국군에게 총부리를 겨눈 적군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기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광주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추진 중인 정율성 사업에 즉각 중단을 권고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발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앞서 지난 8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이후 광주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들의 사업 반대 집회가 잇따르는 등 사업 추진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려 몸살을 앓았다.

정율성을 둘러싼 논란은 오는 13일 보훈부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공방으로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지정된 팔로군 행진곡을 지어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힌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난징에서 의열단에 가입해 조선혁명군사정치 간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군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벌이다가 옌안으로 이주했고,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해방 뒤에는 북한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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