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문제 해결…황선홍 "꼭 부르고 싶다"
파리 연고 팀서 뛰는 만큼 출전 여부 관심
이강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축구가 금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허벅지 부상과 소속팀 파리생제르맹과의 조율 등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늦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인 바레인전부터 그라운드에 나서며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이강인이 이름값을 하기 시작한 것은 4강 우즈베키스탄전이었다. 0-0으로 맞선 전반 4분 프리킥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옆으로 밀어준 공을 홍현석이 잡아 우즈벡 진영 배후 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엄원상이 이를 원터치 크로스로 연결했고 문전에 있던 정우영이 오른발을 갖다 대 골을 만들었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킥력을 고려해 문전에 밀집해있던 우즈베키스탄은 예상 못한 전개에 당황했고 이는 한국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 장면은 2019년 6월12일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에콰도르전을 연상시켰다. 당시에 이강인은 기습적으로 최준에게 땅볼 패스를 전달했고 최준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 방해 없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에콰도르의 골망을 흔들며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결승전 한일전 역시 이강인의 역할이 중요했다. 전반 2분 만에 불의의 선제골을 얻어맞아 0-1로 끌려가자 이강인은 현란한 드리블과 상대를 속이는 날카로운 패스로 주도권을 한국 쪽으로 가져왔고 결국 한국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미 병역을 해결했지만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는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다시 부를 계획이다. 지난 8일 황 감독은 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강인이한테 도장은 안 받았지만, 꼭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번에 함께한 6~7명도 다 포함해서 베스트 전력을 꾸리고 싶다"며 "강인이의 답변은 아직 물음표다. 확실한 대답은 안 해줬다. 비밀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강인에게 올림픽 출전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과정에서도 소속팀 PSG는 리그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이유로 마지막까지 이강인을 붙잡아뒀다. 그랬던 PSG가 올림픽 때 이강인 차출을 쉽사리 허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파리올림픽은 내년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열린다. 이 시기는 유럽 프로축구 2024~2025시즌 개막 준비가 한창인 때다. 올림픽 준비와 참가를 위해 소속팀을 비울 경우 이강인의 팀 내 입지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기도 쉽지 않다. 이강인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을 해결한 뒤 이어지는 올림픽에는 나서지 않으면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소속으로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이후 다음 국제대회인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새 소속팀 신시내티 스프링캠프에 전념하겠다며 불참해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가 국가적인 행사로 치를 예정인 대회에서 수도 파리에서 뛰는 이강인이 태극 마크를 달고 축구 종목에 출전해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인 금메달을 딴다면 우승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강인 자신은 물론 한국 축구의 위상과도 직결될 수 있다. 올림픽 축구 종목에서 메달은 딴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일본은 1968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라이벌 일본은 2012년 대회에 이어 직전 대회인 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는 등 메달권 재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일본에 역대 올림픽 축구 최고 성적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황선홍호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전력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이강인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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