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마을 학살 피해자 채수길·최후 항쟁 산화 이정연 유족 등 참여
법원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행위로 위법성 매우 중대"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 13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5·18 국가폭력 피해자 130명(상속인 유족 포함)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각각 청구한 금액의 34~100%를 인정했다.
이번 소송에는 5·18 당시 산화한 채수길(1980년 당시 23세)·이정연(21세) 열사의 유족,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곽희성씨 등이 참여했다.
채수길씨는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 피해자다. 11공수여단은 1980년 5월 23일 광주 동구 지원동 주남마을에서 버스에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시민 15명을 사살했다. 이 과정에 부상을 입고 살아남은 채씨 등 2명을 주둔지로 끌고 가 사살한 뒤 묻었다.
채씨의 주검은 1980년 6월 2일 암매장된 채 발견됐고 22년 만인 2002년 유전자 검사로 신원이 확인됐다. 주남마을 학살과 암매장은 당시 정권 찬탈에 눈이 먼 군의 만행이 얼마나 극악무도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정연 열사도 전남대 상업교육과 2학년 재학 중 계엄군의 폭압에 맞서 투쟁했다.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사수하는 최후 항쟁에 나섰고, 계엄군이 쏜 총탄을 맞고 숨졌다.
5·18시민군으로 활동하며 민주주의를 지킨 곽희성씨도 이번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곽씨는 극우 논객 지만원(명예훼손 혐의 징역형 확정판결)에 의해 북한군으로 왜곡 당해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받은 바 있다. 5·18북한군 투입설은 7차례에 걸친 국가기관 조사와 법원 판결에서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판명됐다.
이들뿐 아니라 계엄군의 계획적인 살상·가혹 행위로 후유증이 남은 사람들도 일부 배상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신군부의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대항한 정당행위를 했는데도 불법 체포·구금·고문을 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행위라는 이 사건 불법 행위의 중대성, 인권 침해 행위 재발 방지 필요성,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 43년간 배상이 지연된 점, 5·18민주유공자 예우·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명예가 회복된 점 등을 두루 고려해 각각 위자료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5·18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가 줄곧 5·18 보상법에 따라 이미 배상금을 지급했기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하고 있어 보상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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