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비축?' 광주·전남 지자체 3곳, 재난예비비 한푼도 안 써

기사등록 2023/10/06 09:47:58

광주 북구, 전남 광양시, 강진군…"과다편성 뒤 여유 자금 비축" 지적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구와 전남 광양시·강진군 등이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재난 예비비를 한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 대비 명목으로 예산을 늘려 잡아 여유자금을 비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아 분석한 '전국 지자체 재난재해 예비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는 2022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재난 예비비를 1조 2700억 원에서 3조 3700억 원으로 2.65배(165%)가량 늘렸다.

일반회계 예산 총액 증가율이 23.8%인 점과 비교하면 크게 웃돈다.

반면 지자체 재난 예비비 지출액은 9700억 원에 불과, 지출률은 28.7%에 그쳤다.

재난 예비비는 태풍·폭염·혹한 등 예상치 못한 재해 발생에 대비, 지자체가 따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다. 예산총액 대비 1% 이내로 제한하는 일반 예비비와는 달리 재난 예비비는 지자체 재량에 따라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 북구와 전남 광양시·강진군을 비롯한 전국 25개 지자체는 지난해 편성된 재난 예비비를 단 한푼도 쓰지 않았다.

재난 예비비 편성 규모는 강진군이 20억 원, 광주 북구 15억 원, 광양시 5억 원 순이었다.

재난 예비비는 재난의 대형화·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하면 넉넉히 확보해야 하지만, 각 지자체가 이를 악용해 쓰지 않는 재난 예비비를 추후 여유 예산으로 과도하게 늘려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지자체가 쓰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게 될 것을 알면서 재난 예비비를 과다 편성한 뒤 쓰지 않은 예비비(불용 예비비)를 결산상 잉여금으로 잡아 여유 자금으로 비축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민들이 기후 재난에 더해 예산 재난까지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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