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中응원 조작' 논란에 힘 받는 댓글국적표기法, 실효성 있을까

기사등록 2023/10/05 06:00:00 최종수정 2023/10/05 06:56:04

한중 축구 클릭응원전 조작 논란에 여권 포털 책임론 제기

여당 댓글 국적표기법 등 입법 논의 촉구

전문가들 "VPN 접속시 이를 분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지 의문"

[서울=뉴시스] 다음 스포츠는 지난 2일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클릭 응원'의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불필요한 오해를 주고 있어 당분간 서비스가 중단된다"며 "클릭 응원 서비스 정책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이 열리던 당시 다음(왼쪽), 네이버 내 양팀 응원 비율 비교 (사진=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인터넷 여론 조작 논란이 올해 국정감사의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일 밤 치러진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 한중 남자축구 8강전 당시 국내 포털 '다음'에 개설된 클릭 응원전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때 90% 이상 높게 나타난 게 발단이다.  상당수가 해외IP(접속주소)발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한 생성된 클릭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여당은 "특정 세력의 여론조작"이라고 규정하고 범정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포털 책임론까지 불거지며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정부여당 "포털 여론조작 취약성 방증한 셈"…곤혹스러운 인터넷 업계


중국 항저우 한국과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4강 진출을 놓고 격돌을 벌인 지난 1일 밤.  네이버와 다음에선 '클릭 응원전'이 한창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은 각 스포츠 섹션에서 경기상황을 보며 이용자들이 댓글과 클릭으로 특정 팀을 응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포털 다음에서 발생했다. 중국 대표팀이 받은 응원 클릭이 한국팀 응원 횟수를 압도해 버린 것. 카카오가 한중 8강전에 대해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클릭 응원에 약 3130만건의 응원이 있었는데, 한국 클릭 응원이 6.8% (211만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 네이버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하기' 클릭 비율이 10% 정도였던 것으로 고려하면 다음의 중국 응원 비율은 비정상적인 수치다.

클릭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중국 본토에서 접속이 차단돼 있어 현지 중국인들은 응원전에 참여할 수 없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누군가 서비스를 조작해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 포털 사이트에 중국팀 응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상식적이냐는 얘기다.

여당 의원들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해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는 없다"며 철저한 수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급기야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에 포털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는 물론 네이버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가짜뉴스' 책임론에 이어 여론 조작 방치론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클릭 응원전 페이지에 클릭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다음의 경우 로그인 절차도 빠졌다. 이를 두고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네덜란드(79.4%)와 일본(20.6%) 등 해외 IP 2곳에서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반복수행하는 매크로 조작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국 응원 댓글이 대량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포털 다음은 지난 2일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파문은 멈추지 않았다. 한덕수 총리는 4일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대대적인 후속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포털을 통해 우리 국민 75% 이상이 뉴스를 접하고 이들 사업자가 메신저 시장마저 독점해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며 포털 책임론을 제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터넷 여론에 민감한 시기에 돌입한 만큼 이번 사태가 단기 이슈에 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업계에선 포털 뉴스 정책에 이어 정치와 상관없는 각종 커뮤니티 서비스 이용자 참여 서비스까지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댓글 국적 표기법 실효성 '글쎄'


일각에선 여당이 추진하는 일명 '댓글 국적 표기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제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올초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작성자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총선 등 정치선거를 앞두고 중국·북한 등 국외에서 유발될 수 있는 여론조작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김 대표는  자신의 SNS 계정에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댓글 조작이나 여론조작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법안에는 포털 댓글에 접속지 국가명을 표시하고 가상사설망(VPN) 접속시에도 우회접속 여부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VPN 사용자를 100% 감별해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진단이다. VPN은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전용 회선을 설치하고 사설 IP 주소를 부여해 만든 근거리 통신망(LAN)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거주 지역이나 나라 표기를 바꿀 수 있다.

한 보안전문가는 "포털이 IP를 구분하는 방식에 대해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국내 IP주소는 대개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와 비교해 해외 이용자인지 국내 이용자인지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VPN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자동 차단이 되는 경우 서비스들이 있는데, 이 경우 암호화 연결인 'VPN터널'을 뚫어서 두 번 우회하는 방식을 쓴다면 VPN 사용자인지 확인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 이를 판별하는 기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안 전문가는 "VPN을 이용한 IP도 결국 직접 감별을 통해 확인을 해야 하는데, 모든 IP를 VPN 이용으로 보고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100% 확인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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