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점점 더 빠르게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로 인한 고금리 고착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은행의 대출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과 각사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9월말 기준 517조8588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말 514조9997억원에서 한 달간 2조8591억원 급증한 규모다. 월간 주담대 증가폭은 7월 1조4868억원, 8월 2조1122억원에 이어 속도를 더하면서 3조원대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 같은 주담대 증가세는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말 682조3294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말 680조8120억원에서 한 달간 1조5174억원 불어난 규모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월간 증가폭은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에서 8월 1조5912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9월에도 주담대 급증세 영향으로 1조5000억원 넘게 늘었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집단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담대가 몰리면서 이를 상쇄시키고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인한 국채금리 상승과 국내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수신금리 인상 경쟁 등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긴축 기조를 당초 예상보다 더 길게 끌고 가면서 고금리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차주들의 매달 이자상환 부담은 점점 더 불어날 전망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전일 기준 4.17~7.121%로 집계됐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상단이 7.1%를 넘어섰다.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정금리 역시 최근 하단이 4%대로 올라섰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이 8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국민·신한 4.52%, 우리 4.45%, 하나 4.39%, 농협 4.24%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4.31%와 4.22%로 4%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잔액기준 주담대 평균금리는 농협 4.47%, 국민 4.46%, 하나 4.29%, 케뱅 4.27%, 신한 4.23%, 우리·카뱅 4.10% 수준으로 은행에 따라 전월 대비 0.01~0.03%포인트 상승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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