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계획 2~3주 내…규모는 이전보다 많아"
"전기요금 발표는 이달 말 기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전력 역대 첫 정치인 수장인 김동철 사장이 4일 "한전이 너무 어렵다. 전기요금은 지금까지 못 올린 부분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다"며 "(적어도 이번에) 당초 정부의 기대대로 25.9원 선에서 최대한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세종에서 진행한 오찬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김 사장은 "국정운영 사항에 여러 고려사항이 있는 만큼 정부 측에서 판단하겠지만, 원래 정부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 2021년에 시행하면서 당초대로 이행한다면 올해 45.3원을 인상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인상분은) 그에 못 미친다"며 "이것이라도 인상하려면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서 될 문제가 아니다. 계속 사채나 부채로 충당하면 언젠가 차입도 막히게 되는 만큼 (이번 인상을 두고) 결단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 총재도 (요금 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자구계획 발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검토 중이다. 조만간 2~3주 안에는 발표할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자구안 규모에 대해서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반면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효율화하는 것은 당장 환산이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 "한전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인상 시점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자구안 발표가 2~3주 걸린다면 인상안이 이달 말께 발표되는 것인지 묻자 "저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지만, 잘 모른다"고 답했다.
자산 매각 시한에 쫓겨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손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말 좋은 자산의 경우 전부를 매각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우리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다"고 답했다.
앞선 자구안에 대한 평가를 묻자 "전임 사장 자구안을 평가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자구안을 추진해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더라"라며 "저도 취업규칙의 경우 노조 협조가 필요하다 보니 수십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저도 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규모 축소 등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 다만 급여나 인력규모 축소 등을 추진하려면 노조와 대화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제가 어떻게 하겠다고 (단언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한전 연봉 수준이 과거 90년대 시가총액 2위 시절과 비교하면 임금이 인상되지 않다보니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금인상 결정권이 정부에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도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금리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처럼 전기요금도 독립된 기관에서 맡는 것이 국정운영 부담을 덜고 국민 수용성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독립적인 기관에서 하도록 정부나 국회쪽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 지원에 대해선 "이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은 에너지공대법에도 규정됐지만 그것은 한전이 정상적인 상황일 때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부채가 누적되고 적자가 쌓여 한전 임직원의 임금까지 반납하는 상황에서 에너지공대에 당초 약속한 대로 지원을 할 수는 없다. 이는 에너지공대도 잘 알 것"이라며 "학사 일정이나 연구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지원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취임한 김 사장은 한전 사장 역사상 첫 정치인이다. 그는 역대급 수준인 부채 200조원의 위기에 대응하고 내부 개혁에 나서기 위해 '비상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 5월부터 이어온 비상경영위원회를 확대 재편한 것으로, 김동철 신임 사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다.
아울러 취임 직후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 휴일을 모두 반납하겠다"며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임기 첫날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이란 이름을 붙인 사장실에 간이 침대를 들여놓고 숙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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