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5년간 20종…곤충 11종, 파충류 4종
'펫코노미(펫+이코노미)' 산업 성장 영향도
"감염병 우려…백색목록 지정 엄격히 해야"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희귀 외래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유기되는 외래종도 늘어나 생태계 교란과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서울 지하철 3호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과 광진구 주택 밀집가에서 블랙 킹스네이크 각각 1마리가 발견됐다.
이보다 앞선 7월 충남 홍성군과 경북 영주시에서는 1m와 60~70㎝ 크기의 사바나왕도마뱀이 각각 발견됐다.
같은 달 예산군 예산읍에서 길이 15㎝의 호스필드 육지거북이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 5월 예산군 대흥면에서는 길이 27㎝의 레오파드 육지거북을 한 농민이 발견해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예산군 예당호 인근 낚시터 주변에서는 길이 20㎝ 정도의 어린 미어캣이 발견됐다.
발견된 동물들은 모두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으로 누군가 반려동물로 키우다가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야생에서 구조되는 동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은 2017년 9830마리에서 지난해 2만161마리로 6년 동안 2배 넘게 늘었다.
구조된 동물의 종 수도 2017년 259종에서 지난해 317종으로 약 22% 증가했다.
외래종 발견 사례도 크게 늘었다. 최근 5년간 국내 자연환경에서 처음 확인된 외래종은 20종에 이른다. 곤충 11종, 파충류 4종, 거미류·어류·포유류·복족류·가재류가 각 1종씩이다.
이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급성장한 이른바 '펫코노미(펫+이코노미)' 산업 성장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가계지출액 기준으로 평가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2015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으로 2.5배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말 내놓은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를 통해서 반려동물 연관산업 시장 규모를 2023년 4조5786억원, 2027년엔 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관리되지 않는 외래종 유기로 생태계가 교란되거나 코로나19 같은 질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전이 보장된 일부 외래종만 들여올 수 있게 하는 '백색목록' 구축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전까지는 특정 동물을 지정해 수입과 반입을 금지하는 '흑색목록'으로 외래종을 관리해왔다면, 지난해 12월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국내 생태계에 무해한지 여부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동물만 동물만 수입·반입을 허용하는 '백색목록' 제도가 도입됐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야생동물이 보유하는 병원체에 인간이 감염됐을 때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정보가 부족한 게 가장 위험하다"며 "야생동물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없다시피 하다. 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양서파충류에서도 그 접촉 빈도가 늘어나면서 충분히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은 종에 한해서만 백색목록을 지정해야 자발적인 신고와 단속이 이뤄질 수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모르는 것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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