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다음 ‘중국 응원 93%’ 계기 포털 ‘여론 조작’ 공세 강화

기사등록 2023/10/04 15:13:19

"네덜란드·일본 우회접속IP 중국 응원 반복 클릭"

여당서 "총선 6개월 전 '드루킹 시즌2' 중대 사안"

범정부 TF 구성…여당선 국감·법 개정 등 나설 듯

'항저우 아시안게임 클릭 응원 수 조작'의 진실은?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다음(DAUM) 항저우 아시안게임 클릭 응원수 조작’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국민의힘이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중국 축구팀 응원 93% 논란'을 계기로 포털을 향한 '여론 조작'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 6개월여를 앞두고 '여론 조작'이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 이후 가짜뉴스와 포털에 공세를 펼치던 국민의힘은 이번 응원 논란을 계기로 포털의 여론 조작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4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중국 8강전 당시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 축구팀 승리를 응원하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최대 93%까지 나타났던 현상을 추적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일 한-중 8강전 이후 가상 사설망(VPN)을 이용한 우회접속과 매크로 조작이 크게 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과 카카오 등에 따르면 8강전 경기 당일인 1일 오전 8시부터 경기가 끝난 밤 11시30분까지 다음 포털의 클릭 응원 560만여건의 99%는 한국 IP였다. 그러나 심야 시간대 비정상적 접속 행위가 확인됐으며, 클릭 응원이 2107만건으로 폭증했다.

클릭 응원에 참가한 확인된 IP 중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2개 IP의 클릭 비중은 네덜란드 IP 1개가 1539만건(79.4%)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일본 IP 1개가 449만건(20.6%)을 기록했다.

즉, 소수의 이용자들이 VPN을 이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접속한 뒤 매크로를 활용해 중국 팀 응원을 반복적으로 눌렀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상식적으로 네덜란드와 일본이 중국을 응원할 일이 없을 뿐더러 VPN 속도 등 장점으로 네덜란드가 자주 이용된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다음 스포츠는 지난 2일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클릭 응원'의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불필요한 오해를 주고 있어 당분간 서비스가 중단된다"며 "클릭 응원 서비스 정책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이 열리던 당시 다음(왼쪽), 네이버 내 양팀 응원 비율 비교 (사진=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의힘은 이 같은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 조작 행위가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처럼 외부 세력이 의도적으로 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조선족이나 재외 중국인에 의해 조작이 이뤄졌다는 '차이나 게이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포털의 여론 조작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국기문란"이라며 "내년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론 조작 드루킹의 뿌리가 방방곡곡에 파고 들어가 망동을 획책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다시 반복된 이번 사태는 국가안보에서 위협이 될 수 있는 드루킹 시즌2로 변질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검·경 수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 제재, 국정조사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9.27. suncho21@newsis.com
여권에서는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을 바로 잡으려는 기류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달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포털이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매체들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포털 사업자에 대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여권은 포털이 조작된 인터뷰를 활용해 가짜뉴스와 정치 공작의 대형 스피커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또 포털의 기사 배열 알고리즘이 이른바 '좌편향 매체'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며 알고리즘 공개와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규명하기로 하는 한편,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조사 결과 대공 의혹이나 사이버 공격 등의 징후가 있을 경우 국가정보원에서 점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조작 행위자와 가담자, 포털사업자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 대표가 발의한 '인터넷 댓글 국적 또는 접속 국가 표기 의무화' 법안 통과를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호주 총선에서 중국의 개입이 문제가 돼 국가적인 이슈가 된 적 있고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다"며 "이제는 온라인상의 사이버 공격 대응을 강구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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