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아고스티니·페렌츠 크라우스·앤 륄리에 공동 수상
아토초 과학 시대 개막…원자보다 작은 전자 운동까지 관측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는 3일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대 교수(프랑스), 페렌츠 크라우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양자광학연구소 교수(헝가리), 앤 륄리에 스웨덴 룬트대 교수(프랑스)를 올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수상자들의 실험은 매우 짧은 시간에 빛의 파동(펄스)을 만들어냈고, 이 펄스들이 원자와 분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전자 운동 관측 가능케 하는 아토초 과학…노벨상 수상자들 '아토초 펄스' 구현
아토초 과학은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 수준인 원자, 분자 수준 등에서 전자의 운동을 관측하는 초고속·초정밀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다. 아토초는 10의 -18승 분의 1초(100경 분의 1초)다. 1초에 약 30만㎞를 가는 빛이 1아토초 동안은 원자의 지름 수준인 약 0.3㎚(나노미터)를 가는 데 그친다.
아고스티니 교수와 륄리에 교수는 아토초 과학의 선구자다. 이들은 아토초 과학의 근간인 아토초 펄스를 구현하는 초기 실험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토초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단위인 '펨토초(1000조 분의 1초) 레이저'를 활용해야 한다. 펨토초(Femtosecond) 레이저로 원자를 이온화시킴으로써 전자를 분리시키고, 다시 전자가 원자와 재결합하면서 빛 에너지가 방출되는 과정에서 훨씬 짧은 아토초 펄스가 나타나게 된다.
륄리에 교수는 원자가 이온화되며 빛이 방출되는 과정에서 특정한 주기를 가진 빛의 오버톤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이 일부 전자에게 여분의 에너지를 준 뒤 빛으로 방출된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아고스티니 교수는 연속적인 빛의 펄스들을 구현·조사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때 펄스들은 약 250아토초 동안 지속됐다.
이같은 선도적 연구 이후 크라우스 교수는 아토초 과학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키는 공을 세웠다. 크라우스 교수는 650아토초 동안 지속되는 하나의 빛 펄스를 분리할 수 있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아토초 과학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굉장히 짧은 시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너무 빨라 알 수 없었던 전자의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원자 내에서 전자의 회전주기는 약 180아토초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이같은 전자의 움직임을 순간포착할 수 있는 일종의 초고속 플래시(카메라) 기술을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 카메라의 경우에도 빛을 얼마나 빠르게 붙잡아 낼 수 있는 지에 따라 사진을 더 정밀하게 찍어낼 수 있는 것처럼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것이다.
빛의 펄스 폭이 짧아질 수록 더 짧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데, 기존의 펨토초보다 1000배 빠른 아토초 펄스를 구현하고 발전시킨 것이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공이다.
이미 아토초 과학의 전신격인 펨토초 과학은 지난 1999년 분자가 원자로 분리되는 초고속 카메라를 발명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아흐메드 즈웨일 교수)을 수상한 바 있다. 이미 펨토초 레이저 기술은 백내장 수술을 비롯한 의료 영역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펨토초 과학의 수상 이후 24년 만에 1000배 더 나아간 기술이 노벨상을 받게 된 셈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아토초 레이저가 의료, 산업계 등에서 실사용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학계에서는 이미 아토초보다도 빠른 '젭토초(10해 분의 1초, 10의 -21승 분의 1초)'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까지 진행하고 있다.
남창희 GIST 교수는 "아토초 레이저를 당장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원자 레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이용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 생길 것이고, 차츰 우리의 실생활에도 분명히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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