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손님 줄고’ 추석 특수, 이젠 옛말…전통시장 상인 '울상'[르포]

기사등록 2023/09/28 08:00:00 최종수정 2023/09/28 09:58:01

시장 찾은 시민도 높은 물가에 '당황', 열리지 않는 지갑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시민이 양념게장을 구매하고 있다. 2023.09.27. dy0121@newsis.com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치솟은 물가에 가격 보고 돌아가는 손님 부지기수, 사람 많아도 지갑이 열리지 않아요.”

27일 오후 5시께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건어물을 팔던 상인 양현주(56·여)씨가 전한 말이다.

이날 찾은 모래내시장은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북적이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시장에는 꽃게를 비롯한 새우 등 수산물과 육류, 채소류 다양한 식재료들이 좌판에 전시돼 있었다.

상인들은 연신 목소리를 높여,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걸음 멈춰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상인의 목소리에 이끌려 상품을 살펴보던 일부 시민은 구매 가격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활기를 띤 모습을 보인 시장통과 달리 명절 특수를 노리고 호객행위에 나선 상인들의 속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높아진 물가 탓에 시민의 지갑이 도통 열리지 않으면서, 판매량도 덩달아 줄어들면서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 보여도, 구매량은 줄어들어 명절 특수를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 탓에 여행객들이 늘어나 점포를 찾는 손님의 수가 줄어들었다고도 전했다.

양 씨는 “지난 명절보다 20%로 가량 상품의 가격이 오른 것 같다”며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높아지니까, 시민들이 3만원 어치 살 것도 1만원만 사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한탄했다.

인근 점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정육점에서 근무하는 함영호(54)씨는 “고깃값이 지난해 대비 10~20%로 오른 상태”라며 “시장거리에 사람이 많아 보여도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오후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이 장을 보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3.09.26. amin2@newsis.com
과일을 팔고 있는 유지원(58·여)씨도 올여름 내린 집중 호우와 이례적 폭염으로 사과, 배, 수산물 등 농수산물 가격이 상승해 판매량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과일 수확량이 좋지 못했다”며 “쉽게 예를 들어 한 나무에 배가 100개 열린다고 하면, 상품성이 있는 과실을 20~30개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습을 감춘 명절특수를 올해에는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던 80대 상인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80대 노인은 “힘들게 코로나19를 버티고, 좋은 날이 올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황금연휴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 손님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또 “식자재 값은 오르고 손님을 줄어들고 있다”며 “예전의 명절특수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추석 상차림을 위해 시장을 나선 시민의 반응도 상인의 설명과 일맥상통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지갑 사정은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만난 김영미(63·여)씨의 한 손에는 구매목록이 빼곡히 적힌 메모지가 들려있었다. 김씨는 명절을 맞아 자녀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돼, 장을 보러 나왔다가 생각보다 놓은 물가에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그는 “손주들이 과일을 좋아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이 높다”며 “음식 가지수를 줄일 수는 없어 양을 좀 줄여서 상차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추석을 한 주 앞둔 지난 20일 주요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4434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보다 0.3% 소폭 상승했으나, 작년과 비교해 4.0% 하락한 수준이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이 26만6652원, 대형유통업체가 34만2215원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이 대형마트보다 22.1%(7만5563원) 저렴했다. 소고기, 계란 등 축산품과 배추, 무, 시금치 등은 작년보다 저렴했지만 사과, 배 등 과일과 강정, 약과 등 가공식품은 작년보다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오후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시민들이 제수용 음식 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2023.09.26.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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