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과반 이상 용돈·선물 비용 부담 느껴
"물가 올라 생활비도 빠듯…용돈 엄두 안 나"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외가에서 막내 축에 속하다 보니 외할머니댁에 가면 조카만 5명이 있어요. 용돈을 주거나, 선물이라도 하나 사주고 나면 10만원이 넘는 돈이 금방 사라지더라고요.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하모(30)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전라도 광주의 외가를 찾는 대신 집에서 홀로 명절을 보낸다. 그는 "미리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렸다"며 "올해는 외할머니댁에 가지 않고 영상통화로 친척들과 인사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는 2030세대가 점차 늘고 있다. 고물가로 지출은 늘고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부모님과 조카들의 용돈, 명절 선물 등에 나가는 돈이 부담된다고 청년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20일 유진기업이 임직원 1295명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추석 경비 중 부담되는 항목으로는 부모님 용돈(39.6%)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명절선물 비용(20.4%), 조카 용돈(7.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44.1%가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은 비율은 54.7%에 달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32)씨도 대구 본가에 내려가는 대신 자취방에 머문다.
정씨는 "안 그래도 자취하느라 돈 모으기가 어려운데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기본적인 식비와 교통비가 월 10만원씩은 더 나간다"며 "이 상황에서 부모님 등 어른들께 명절 용돈까지 드릴 엄두가 안 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렇다고 취업 후 매년 드리던 명절 용돈을 갑자기 안 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번 한 번만 추석을 '스킵'했다"며 "내년부턴 명절 용돈 등 관련 지출 항목을 따로 설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8)씨도 고향인 경상북도 경산시 대신 서울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고향에 가려면 KTX 등 교통비부터 만만치가 않은데, 가서도 조카들 선물을 비롯해 이곳저곳 돈 나갈 곳이 많아 부담"이라며 "연휴가 지나면 조카들 선물 부담 없이 부모님만 찾아뵙고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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