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15곳 이전 결정…김동연 "이어가겠다"
실제 이전 2곳뿐, 나머지 2025~2029년 계획
북부특별자치도 추진·재원 조달 등 걸림돌 산재
소속 기관 직원 속내 제각각…"지연·취소 기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선7기 추진된 산하 공공기관 동북부 이전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지지부진한 추진으로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민선 7기 경기도는 경기남부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 지역 간 균형발전과 북부지역 등에 부족한 행정인프라 구축을 위해 3차례에 걸쳐 도 산하 공공기관 동·북부 이전을 결정했다.
대상 기관은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교통공사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 ▲경기연구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복지재단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15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동북부로 이전한 기관은 지난 2021년 양평으로 이전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과 지난달 초 여주에 새 둥지를 튼 경기도사회서비스원뿐이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지난 2021년 유통센터가 위치한 광주로 옮겼지만 애초에 직원 대부분이 근무했던 곳이며, 경기교통공사(2020년)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2021년)은 설립과 동시에 각각 양주와 김포에 터를 잡았다.
김 지사는 취임 초 "경기도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공공기관 이전을 (신임) 지사가 취임했다고 전임 지사가 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계획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되고 있지만, 진행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자꾸만 미뤄지는 공공기관 이전
가장 먼저 이전이 예정된 곳은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다. 2024년 이천시로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천시가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2025년으로 일정이 밀렸다. 여성가족재단이 터를 잡을 이천시보건소의 이전이 지연된 데 따른 것으로, 해당 건물 보수·보강, 리모델링, 안전진단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산은 설계 뒤 산출 예정이다.
2025년 미군반환기지 캠프 카일 부지내 지하1층~지상4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해 이전할 예정이던 경기연구원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결과 발표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설계·부지매입·건축 등 총 사업비는 382억4400만 원으로 추산됐다.
나머지 기관은 2026년까지인 민선8기 김 지사의 임기 내 이전이 어렵다.
먼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2027년 전후로 파주 이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파주시 야당동 1002번지 일대에 부지를 매입, 사옥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이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 934억 원이 필요하다고 나왔다. 당초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일정이 바뀐 것이지만, 이마저도 다시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
2027년 동두천시 상패동 캠프 님블 부지로 이전 예정인 일자리재단은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물질 발견으로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동두천시 주관으로 토지정화를 위한 설계 용역을 진행했으며, 토지정화에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 정화 비용은 100억 원 상당으로 예상된다.
경기복지재단은 2028년 안성2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뒤 지상 3~4층을 임대해 들어간다. 경기복지재단도 당초 2025년 이전 계획을 잡았지만, 안성2동 행정복지센터 이전 계획에 따라 시기가 조정됐다.
GH에서 건립 중인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기업성장센터가 완공되면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문화재단, 경기관광공사 등 2019년 12월 1차 이전 대상으로 선정된 3곳이 입주한다. 기업성장센터 건립이 지연되면서 입주가 당초 2024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됐다.
신용보증재단은 2029년 남양주시로 이전 계획을 잡았지만 대상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로 건물을 임차해 이전하고, 2차로 사옥을 신축해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전 소요 예상 금액은 1495억원이다.
당초 2026년 이전 예정이던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구리시가 제안한 대상 부지(구리시 토평동 990-1 일대)의 행정절차 이행으로 계획이 2029년으로 바뀌었다. 사업비는 2739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권선동 사옥 매각으로 구리 신사옥 이전 재원을 활용하고, 광교 사옥은 GH 자산으로 보유하되 남부권역 본부 개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연되는 계획에 제각각 속내…도 "계속 추진" vs 직원들 "취소되길"
이처럼 각 지자체와 기관의 업무협약을 통해 이전이 추진되면서 계획이 여러차례 수정·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가 최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 선포 등 '분도'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전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동북부 균형발전'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두 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제371회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관련 질문에 "두 정책 모두 타당성이 있다. 계획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기관별 수십에서 수천 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세수 감소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진 부분도 이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이나 직원들의 속내도 제각각이다. 6년 뒤인 2029년까지 이전 계획이 세워진 탓에 일부 기관에서는 이전이 취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전 결정 초기부터 '강제이주'라며 반발했던 소속 직원들은 일정이 최대한 늦춰지거나 취소되길 바라는 눈치다.
도에서는 정착지원금이나 셔틀버스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전 뒤 1~2년만 지원해 직원들의 고충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 여주로 이전을 마친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이전 후폭풍을 겪는 중이다. 지난해 이전 예정이었지만 올해로 미뤄졌다가 휴가철인 지난달 갑자기 공지가 나가면서 이전 소식을 뒤늦게 들은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급하게 혼자 지낼 곳을 찾느라 애먹은 직원들도 있었고, 가족의 학교나 직장 문제로 퇴사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일부 기관은 당초 이재명 지사 시절 공언했던 것과 달리 직원 관사를 마련해 제공하고 있지만, 직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큰 규모 기관 이전까지는 한참 걸리고, 그나마 이전한 기관에서도 원거리 출퇴근을 선택하거나 가족을 두고 직원 혼자만 옮겨온 경우가 많아 당초 목적이었던 지역 간 균형발전이나 지역경제 발전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공공기관 이전 결정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가족이 전체 이사온 경우도 있지만, 생활권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서 가족을 두고 혼자만 와서 주말에 본가로 가는 직원도 많다. 직원들이 근처에서 밥도 사먹고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인원이 옮기 걸로 지역경제발전 효과는 미미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공공기관 이전을 담당하는 경기도 관계자는 "이전을 취소하는 방향을 검토하진 않지만, 세수가 좋지 않아 재원 문제도 있고 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문제와도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 시기가 다시 변동될 수 있다. 여러가지를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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