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명절 풍속도…부모세대도 호응
"양가 부모님과 합의해 가족과 日여행"
해외여행 예약 지난해보다 568% 늘어
"손 많이 가고 힘들어" 차례 대신 외식
귀성 대신 알바 "교재비·생활비 벌어야"
선물세트 보다 용돈 "고를 때 스트레스"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 때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간다. 차례상 비용과 이동 경비 등을 따져봤을 때, 해외여행이 더 값지다고 판단해서다. 박씨는 "이번 일본 여행은 5개월 전부터 양가 부모님들과 합의한 것"이라며 "추석 때 좁은 집에서 친척들끼리 어색한 시간을 갖는 것보다, 일본에서 가족들끼리 여행하고 쉬다 오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덕담을 주고받는 등 추석 때 보이던 전통적 모습들이, MZ세대에게선 해외여행, 아르바이트, 호텔 뷔페 식사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차례상 비용이 평균 30만원을 웃도는 데다, 형식적 행사보다 실용성과 개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의식이 크게 확산한 탓으로 분석된다.
26일 글로벌 여행·레저 이커머스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9월28일~10월3일) 기간 한국인의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지난해 추석 연휴(9월9~12일) 대비 568% 증가했다. 특히 클룩의 인기 예약 국가 순위 10위 안에는 일본과 홍콩,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여행지와 더불어, 미국과 프랑스 등 장거리 여행지도 포함됐다.
결혼한 지 1년 됐다는 직장인 전수진(30)씨는 양가 부모님과 함께 홍콩 여행을 간다고 밝혔다. 전씨는 "추석 때마다 하던 외형적 행사보다 조금 더 가치 있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홍콩에 가게 됐다"라며 "한국에서 성묘하고, 송편 빚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매년 똑같은 명절보다 더 값지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제 활동을 하는 직장인이 아닌 취업준비생, 대학생들은 추석 연휴 기간 본가에 내려가기보다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기도 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21일 성인남녀 25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5.7%가 연휴 기간 중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에서 상경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7)씨는 "취업을 위한 교재비며, 생활비며 여러 가지 돈이 많이 드는데, 부모님 사정도 좋지 않아 이번 추석 때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시부모님 쪽에서 먼저 외식을 제안하거나, 친척들끼리 모여 명절 음식을 배달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물가로 추석 차례상 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MZ세대의 추석 나기를 좋은 시선으로 보는 중장년층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 차림 평균 비용은 30만3002원으로 조사됐다.
60대 여성 배모씨는 "차례상 차리는 것도 비싸고, 손이 많이 가 힘들더라"라며 "요즘 젊은 아이들이 추석 때 호텔 뷔페 식사 등으로 명절을 보낸다고 들었는데, 굉장히 참신하고 좋은 것 같아 나도 아들 부부와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석 선물을 골라 전해주던 기존 선물 풍습도, 현금으로 용돈을 드리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지난 21일 고객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용돈이나 선물을 준비한다는 응답자(91%) 중 용돈을 준비한다는 응답이 78%로 선물(43%)보다 2배가량 높았다. 용돈 금액은 10~30만원 사이가 74%로 대부분이었고. 30~50만원 사이가 15%였다.
결혼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한미래(36)씨는 "추석 선물을 고르는 것도 스트레스고, 여러 가지 선물을 무겁게 갖고 가는 것도 피로하다"라며 "현금으로 용돈을 드리는 방법을 택하되, 제 마음을 담을 수 있게 손 편지 등을 같이 동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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