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 앙드레는 고집스럽고 변덕스러우면서 농담을 잘하며 장난기도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해 때때로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헤맨다. 첫째딸 안느에게 죽은 막내딸을 찾고, 간병인을 시계도둑으로 몰며 혼돈 속에 있다.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고 울면서 엄마를 찾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불쌍한 어린아이 같은 존재로 변해간다.
지난 19일 개막한 연극 '더 파더'는 치매에 걸린 80세 노인 앙드레와 그의 가족이 겪는 혼란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앙드레에게 치매로 인해 기억의 혼란이 찾아오면서 완전했던 그의 세상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극은 앙드레 시점으로 전개되며 그의 뒤틀린 시간과 현실, 기억을 넘나든다. 앙드레는 흐려지는 기억 속에 한 인간으로서 품위와 아버지의 위신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다.
이강선 연출은 "이 연극은 불안과 의심, 집착으로 극 전반에 흐르는 공포심을 극대화해 주인공인 앙드레의 비극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극엔 원로 배우 전무송과 딸 전현아가 한 무대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전무송이 아버지 앙드레 역을, 전현아가 안느 역을 맡아 실제 부녀지간의 끈끈한 호흡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극 중 부녀로 무대에 오른 건 2003년 연극 '당신, 안녕' 이후 20년 만이다.
전무송은 1964년 연극 '춘향전'으로 데뷔해 60여년간 연극계를 이끌어왔다. 연극 '마의태자', '햄릿', '한강은 흐른다', '세일즈맨의 죽음'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고 영화, 드라마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대한민국 연극제 남자연기상,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연극 부문 등을 받았다.
공연은 오는 10월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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