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기온 영하 50도 내외 지역, 영하 10도까지 올라
美 연구팀 "남극 기후의 자연적인 변동성이 원인"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 최대 6도 더 높아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김하은 인턴 기자 = 지난해 3월 남극 동쪽 해안 근처의 기온이 평년보다 39도 더 높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대학교의 대기과학자 에드워드 블랜처드-리글워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해 3월 진행한 조사에서 남극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폭염이 발생한 곳으로 기록됐다.
남극 대륙의 계절이 가을로 바뀌는 3월 남극 돔 C 근처 동해안의 평년 기온은 영하 54도였지만 지난해 3월18일 기온이 영하 10도를 찍었다. 남극에서 여름 동안 기록된 최고 기온보다도 높은 온도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연구자들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일부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따뜻한 온기를 누리기 위해 셔츠까지 벗었다.
연구 저자인 블랜처드-리글워스는 “너무나 놀라운 사건이었다”며 “39도라는 이례적 기온 상승이 전 세계에서 측정된 수치 중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에서 블랜처드-리글워스와 그의 동료들은 일조량이 적은 시기에 어떻게 폭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보다는 남극 기후의 자연적인 변동성이 폭염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남극 대륙 주변의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분다. 북쪽 지역의 따뜻한 공기를 막아 남극이 추운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남극의 폭염은 이례적인 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블랜처드-리글워스는 말했다. 바람이 굽이치며 호주 남부에서 온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단 4일 만에 남극 동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블랜처드-리글워스는 “아마도 단기간에 그렇게 빨리 이동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는 큰 기상 변동이 극지방에서는 완전히 이상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세계 기상관측소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평년보다 가장 큰 온도 변화가 고위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위도 48도 이하 지역에서는 이같이 비정상적인 폭염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블랜처드-리글워스는 높은 위도에서 육지 근처에 제거해야 할 차가운 공기가 더 많기 때문에 큰 기온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공기는 대체적으로 대기 중에서 더 차가워지지만, 눈과 얼음이 많은 고위도 지역에서는 육지 근처에 더 차가운 공기와 그 위에 ‘반전층’이라고 불리는 따뜻한 공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장소에서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차가운 공기를 덮치면서 따뜻한 날씨를 만든다. ‘반전층’이 가장 강한 겨울과 그 즈음에 종종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블랜처드-리글워스는 남극의 폭염도 이러한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는 지구온난화 등이 기온을 상승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 중이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컴퓨터 모델을 가동했다. 그 결과 기후 변화가 폭염을 2도 정도 증가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세기 말까지 기후 변화는 기온을 5도에서 6도까지 더 증가시킬 수 있다.
블랜처드-리글워스는 남극 대륙에서 이 같은 폭염이 더 많이 발생하면 빙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5도 또는 6도가 더 높아진다면, 녹는점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며 “만일 이런 폭염이 50년, 100년 안에 더 흔해진다면 아마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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