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위 심의 건수 3035건…2년 전의 1.5배
학생 문제행동,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심각'
학생 25% "학업·성적 때문에 극단선택 생각도"
10명 중 3명은 '코로나 블루'…"도움 창구 넓혀야"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최근 6년 동안 교사 100명, 5년 동안 초중고 학생 822명이 극단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한 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학생은 3만7386명, 교사의 진료 건수는 15만 건이 넘는다.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쩌다 이토록 큰 마음의 멍이 스며들었을까.
22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3035건으로 1년 만에 33.7%(766건) 급증했다. 2년 전(1197건)보다는 153.5%(1838건) 폭증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2662건)보다도 많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심의하기 위해 열린다. 그만큼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최근 교사들이 교실에서 가장 많이 겪는 교권침해 중 하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이다.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문제행동을 일으키는데도 지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해정 KEDI 선임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학생의 심리정서 현황 분석 및 교육안전망 구축 방안' 연구를 통해 교직원 286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88% 이상이 코로나19 시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 '충동·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 '공동체의식과 배려가 부족한 학생들'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을 교육하는 어려움은 5점 만점에 3.59~4.02점으로 중간(2.5점) 이상이었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7월 전국 교원 865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5%가 '문제행동에 의한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일주일 동안 문제행동을 겪는 빈도에 대해서는 '10회 이상'이 36.3%로 가장 많았다.
교사들은 '학생의 문제행동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제재 조치 방법이 없다는 점'(34.1%)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문제행동으로 심신의 상처를 입었음에도 계속 수업해야 하는 상황'(22.5%)에 놓인 경우도 많았다.
교실 밖에서는 학부모 민원의 악명이 높다.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원 7명 중 최소 6명이 생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교총이 교원 3만295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7.9%가 심각한 민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설문에서는 초등교사 2390명이 겪은 교권침해 중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학부모 상담 날 "학기 중에는 아이들 수업 결손이 생기니 결혼은 방학 때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등 '악성 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이 여럿 접수됐다.
아동학대 신고도 심각한 교권침해 유형으로 꼽힌다. 교사의 말이나 행동이 아동복지법 상 신체·정서학대 금지를 위반했다며 고소·고발하는 경우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교사는 직위해제될 가능성이 높고, 지난한 수사와 재판 과정도 견뎌야 한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자신의 지도가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끊임 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이는 적극적인 교육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꾸려진 '현장교사 정책TF'가 설문한 전국 교사 2만1310명 중 99.2%가 "아동학대 관련 법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언제든지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을 신고할 수 있다는 두려움'(42.6%)이 가장 컸으며, '정당한 교육활동이 왜곡돼 판단될 수 있다는 두려움'(21.7%)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의 적은 '학업 스트레스'다. 학업 성취 압박에 시달리다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 간 극단적 선택에 이른 학생 822명 중 167명이 학업·진로문제를 겪은 것으로 추정됐다. '가정문제'(248명)에 이어 2위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과 '경쟁교육고통 지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설문에 응답한 초중고 학생 5176명 중 53.3%가 "학업이나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학업이나 성적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을 느낀 적 있다"는 비율은 47.3%, "자해·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비율은 25.3%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졌으며, 고등학교 중에서는 특목·자사고 등 상위권 학생이 모인 곳일수록 스트레스 정도가 높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등교가 정지되는 등 소통 기회 자체가 제한되면서 학생들의 마음에 병이 들었다는 분석도 많다.
KEDI 연구진이 지난해 6~7월 초·중학생 2만3463명을 대상으로 심리정서 현황을 조사한 결과, 29%(6750명)가 코로나19 시기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57%(3867명)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어차피 도움을 청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아, 코로나19 시기 우울감을 느낀 학생들의 무력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심리정서 문제를 경험할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확대하고 문제해결 가능성에 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교사들이 학생들의 심리를 지원하는데 있어 가장 큰 방해요인으로 '학부모의 비협조'(55.8%)를 꼽은 만큼, 다방면에서의 학부모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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