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승 바라보고 이적…소노 김민욱 "코트서 더 뛰고 싶었다"

기사등록 2023/09/22 07:30:00

지난 시즌 마친 뒤 데이원과 FA 계약

이제 베테랑…"좋은 문화 자리잡히도록"

[서울=뉴시스]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김민욱. (사진 = 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프로농구 2022~2023시즌이 끝난 뒤인 지난 5월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김민욱(33·고양 소노)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시즌 내내 재정난에 시달린 탓에 KBL에서 퇴출될 위기였던 데이원의 손을 잡은 것. 김민욱은 데이원과 계약기간 3년, 첫 해 보수 2억원(연봉 1억6000만원·인센티브 4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팀이 사라질 수도 있었기에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김민욱은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스승이었던 김승기 감독과 함께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김민욱은 "코트에서 더 뛰고, 농구를 더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당시 감사하게도 다른 팀에서도 계약 제안을 했다. 연봉 등 다른 것을 생각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KGC인삼공사에서 김승기 감독님께 농구를 배웠다. 그 시절에 좋았던 기억이 굉장히 많다"며 "어영부영 나이가 들면서 1~2년 지낼 바에는 다시 김승기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부딪혀보고 싶었다. 김승기 감독님은 저라는 선수를 각인시켜줄 수 있게끔 해주셨던 분이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계약했다"고 전했다.

데이원과 계약했을 당시 김승기 감독은 "다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며 김민욱을 안심시켰다.

김민욱은 "감독님 말씀처럼 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잘 되지 않더라도 제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주변의 우려대로 데이원은 지난 6월 KBL로부터 제명됐고, 선수들은 둥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둔 KBL은 9개 구단 체제가 될 경우 데이원 소속이었던 선수 18명을 대상으로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다행히 소노인터내셔널이 선수단을 인수해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선수들도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뛸 수 있게 됐다.

소노가 초대 사령탑으로 김승기 감독을 낙점하면서 김민욱은 뜻대로 옛 스승과 재회했다.

김승기 감독 선임 전까지 데이원 소속이었던 선수들은 약 3주 동안 감독, 코치 없이 훈련을 진행했다.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KBL의 지원 속에 고양체육관에서 자체 훈련을 했다.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김민욱의 말이다.

[서울=뉴시스]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김민욱. (사진 = 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민욱은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훈련해서 마치 연합팀 느낌이 났다. 나는 (전 소속팀이었던) 수원 KT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였다. 나는 임금 체불을 겪지 않아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존 선수들이 장난도 먼저 쳐주고 해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김승기 감독뿐만이 아니다. KGC인삼공사 시절 함께 뛰었던 전성현과도 다시 함께한다. KGC인삼공사 시절 유망주였던 전성현은 이제 소노의 간판선수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성장했다.

김민욱은 "전성현이 KGC인삼공사에 함께 있었을 때에는 유망주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섰다"며 "우리 팀은 현재 전성현, 이정현, 외국인 선수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팀원들에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승기 감독이 김민욱에게 기대하는 것은 수비다.

김민욱은 "우리 팀은 모든 선수들이 다 트랩 수비, 공격적인 수비를 한다. 한 명이라도 판단이 흐려지거나 늦어지면 무너진다"며 "그래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포커스를 맞춰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를 중시하지만 공격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생각이다. "찬스가 났을 때 과감하게 슈팅을 하겠다. 내가 슈팅 능력이 있으니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 수비가 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팀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제 김민욱도 어느덧 베테랑이다. 코트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의 역할도 팀에서는 기대한다.

김민욱은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주장 복이 있었던 것 같다. KGC인삼공사에서 양희종 선배의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배웠고, KT에 있을 때에는 김영환 코치님의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봤다. 소노에 와서는 (김)강선이 형의 '형님 리더십'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트 안팎에서 배운 대로 행동하겠다. 그러면 이 팀에 있는 젊은 선수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함께 좋은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좋은 문화가 자리 잡히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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