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체계 획기적 개편"…검찰까지 상시 협의회 구축
금감원도 강제조사권 활용 가능해진다…혐의자 자산동결 등 조사·제재수단 다양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올해 4월 발생한 라덕연발 대규모 주가조작 사태를 계기로 현 대응 체계에 대한 전면 쇄신 필요성이 떠오르면서다.
이번 방안에는 금융당국과 검찰, 유관기관 간 상시 협업체를 만들어 협업 수준을 높이고 신종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법 개정을 통한 금융당국의 자산 동결 권한 확보 등 조사·제재 수단 다양화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자본시장조사단 10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4월 발생한 대규모 주가조작 범죄는 우리의 대응체계를 점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불공정거래 대응 협업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유철 서울남부지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당국이 대대적인 조사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한 건 올해 4월 발생한 라덕연발 대규모 주가조작 사태가 현 대응체계의 구멍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다. 당시 거래소 감시 시스템은 장기 이상 매매 징후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으며, 대규모 복합 범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과 금융위 간 정보 공유가 전혀 없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자본시장 투자자 수 확대와 함께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조사 체계 개편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당국이 조사 중이거나 조사 대기 중인 사건이 415건으로 집계돼 2019년 153건, 2020년 221건, 2021년 314건에 이어 꾸준히 증가 추세다.
◆"거래소·당국·검찰 수시로 만난다"…상시 협업체계 구축
협업 강화를 위해 기관들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중심으로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거래소(심리)-금융위·금감원(조사)-검찰(수사) 각 기관들이 단계별 역할을 수행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 체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 체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증선위원이 월 1회 주기로 '조사·심리기관협의회'를 개최, 금감원·거래소는 물론 필요시 검찰까지 참여해 사건 전반을 관리·협의한다. 또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주재의 실무 협의체를 만들어 이슈가 있을 때마가 수시로 만난다는 방침이다.
6월부터 가동 중인 조사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기관별 정보 공유를 대폭 확대한다. 거래소의 심리 분석 자료, 금감원·금융위의 조사결과 보고서, 금융위의 자조심·증선위 안건, 법원 판결 내용 등이 공유되고 주요 정보는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하도록 한다.
특히 금융위가 갖고 있는 강제조사, 영치 등 권한을 금감원 조사에서도 확대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체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융위는 조사공무원으로서 강제조사와 현장조사·영치 등 권한을 갖고 있는데, 종전에는 금감원으로 배정된 일반 사건 대부분에 강제조사권이 활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조심협, 실무협의체 논의를 통해 강제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활용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사건 분류도 중요(금융위), 일반(금감원)의 단편적 분류 방식을 폐지하고 각 기관 권한과 장점을 고려해 협의하에 배정하도록 한다. 긴급·중대 사건은 주요 상황을 사건 초기부터 기관 간에 적극 공유, 특히 대규모 주가조작 혐의는 포착하자마자 즉시 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토록 한다.
◆"신종 범죄 구멍없게"…심리·조사 프로세스 개선
불법 행위를 효과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시장 감시와 조사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의 감시체계를 회피하는 신종 불법 행위, 장기·조직적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탐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시세조종 분석 기간을 단기(최대 100일)에서 장기(6개월, 1년 등)로 확대하는 등 이상거래 적출 기준을 개편한다. 또 1년 간 200% 이상 주가가 상승하는 등 장기 주가 상승에 대해서도 시장 경보가 발령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이같은 내용의 이상거래 대응 시스템을 개편안을 이달 중 상세히 발표할 예정이다.
또 금융당국은 ▲SNS(유튜브, 블라인드 등)·리딩방 등 사이버 감시 강화 ▲투자설명회 현장 탐문 등을 통해 조기 적발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비상장시장에서의 시장감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K-OTC 시장 감시 체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포상금 지급을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익명 신고를 도입해 보다 적극적인 신고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4분기 중 구체적인 포상금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진신고하고 성실히 협조할 경우 과징금은 최대 100% 감면해준다. 이는 내년 1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행될 예정이다.
조사 프로세스의 경우 복합적인 위법행위에 대한 대응체계를 개편한다. 기관 간, 또는 기관 내 부서 간 칸막이로 인해 효율적인 대응에 애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불공정거래, 공시 위반, 회계 분식을 각각 조사·공시·감리 부서가 대응하고 있는데, 부서 간 정기 협의를 열어 복합 위법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복합 위법행위는 제재 수준 및 조치 계획을 증선위에서 동시에 심의·의결하도록 한다.
거래소도 기존 시장 감시부와 심리부가 별도 부서로 있었지만, 앞으로 이상거래 적출부터 심리 후 금융위 통보 전 과정을 단일 부서에서 수행하도록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다.
◆금융위 대대적 인력 확충…통신기록 조회·자산 동결 등 조사·제재수단 확대
불공정거래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산 동결 제도 등 다양한 조사·제재 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기관 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과 달리 통신기록 확보가 자산동결 등 권한이 없어 초기 물증 확보나 혐의자 조치 등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우선 금융당국의 자산동결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에 대해 추가 불법 행위를 차단하고 불법 이익 은닉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과징금 제재가 도입된 만큼 금융당국이 금전 제재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치 수단을 강구할 필요성이 커진 배경도 있다.
미국과 홍콩 등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에 활용된 계좌를 포함한 자산에 대해 동결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조직 전반의 기능과 인력 보강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현장조사·포렌식 인력 확충 ▲신규 업무(과징금 부과) 소화 등을 위한 조사팀 확대 ▲불공정거래 신고·포상금제도 담당 인력 확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추가 지정 등을 검토한다.
거래소는 시장감시부·심리부, 특별심리부를 감시심리 1~3부로 재편하고 사전예방부, 이상거래 적출 기준 개선 등을 위한 전담 연구팀 신설을 추진한다.
금감원·거래소는 조직 내 성과평가 체계를 개편해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도 시행한다. 이 역시 관계부처, 금융위 심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제재 확정자 정보 공개, 조사공무원의 통신기록 확인 요청권 등도 각계 의견 청취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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