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퇴임②]사법 독립·판결 일관성 통한 국민신뢰 '시급'

기사등록 2023/09/21 06:01:00 최종수정 2023/09/21 06:42:04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 관건

인사체계 개선, 행정처 효율성 제고 등도 과제

[서울=뉴시스] 오는 24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목된 가운데 사법부 독립, 재판지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오는 24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목된 가운데 사법부 독립, 재판지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다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 후보자의 친분, 재산신고 누락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며 청문회 통과 여부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1일 국회는 오후 2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를 보고하고,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국회 구성상 168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임명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임명동의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된다.

◆'사법부 독립' 당면 과제…尹 대통령 친분은 걸림돌

새롭게 취임할 대법원장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사법부 독립'이다. 양승태 재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으며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판사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언급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권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 국회에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부인해 허위공문서 작성죄도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독립과 관련한 인사청문회 질의에 "저는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다. 제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법관들 개개인이 실제로 공정해야 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보기에 공정하게 보이도록 노력해야 하는 직무윤리를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와 윤 대통령의 친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사법부 독립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정권 눈치보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그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그런 것을 떠나서 근본적으로 법관의 책무인 법의 지배를 따라야 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법권 독립을 수호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법관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경춘 전 법원장도 "(이 후보자는) 평소의 소신 발언이나 다양한 발언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 학회나 사석에서 대화를 나눌 때 관심사가 사법제도의 발전이나 시스템에 관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 대한 식견이나 의견으로 봐서는 친분관계에 의해 좌고우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9.20. 20hwan@newsis.com
◆판결 일관성, 재판 지연, 법관 인사 등도 숙제…"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

판결의 일관성 문제는 새 대법원장 체제가 풀어야할 숙제다. 일각에선 판사에 따라 판결 내용이 달라진다며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재판부가 배당되면 "로또 판사"를 만났다며 기뻐한다는 우스겟소리가 나온다.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라 제각각 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사법부의 공평성과 신뢰성을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사법부의 신뢰는 판결의 일관성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위치한 천칭과 법전을 들고 앉아있는 '정의의 여신상'의 모습처럼 사법부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 대법원장 시절 심화된 재판 지연 문제도 당면한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김 대법원장 시절 법원 접수 사건은 줄었는데, 재판 소요기간은 더욱 늘어 재판 지연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민사본안 1심의 경우 2018년 95만9270건을 접수해 평균 재판소요기간은 4.9개월이었지만, 2022년에는 접수건수가 74만4128건으로 줄었음에도 재판소요 기간은 5.9개월로 오히려 늘었다.

형사공판 1심의 경우에도 2018년 접수 인원은 24만244명에, 평균 재판소요기간은 4.5개월이었다. 2022년에는 접수 인원이 21만9747명으로 감소했지만, 소요기간은 오히려 6개월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정치 성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보수정권에 관련된 사건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속히 판결하는 반면 조국, 최강욱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 인사들의 재판은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비판이었다.

실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 조국 전 장관의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 발급'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 3년 8개월 만인 이달 최종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재판 지연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지법을 보면 5년 넘은 미제사건이 2016년 73건에서 2021년 356건으로 5배 급증했다. 그 다음 판결이 나오는데 1심 같은 경우 2016년에 121일이었는데, 지금은 150일 내지 6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재판 지연은 신화 속 괴물 히드라와 같아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고,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며 "재판 지연의 문제는 한 사람의 영웅이 나와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단기적으로 그 해결이 쉽지도 않을 것이기에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 사법부 구성원 사이에 내재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조직 내부의 동력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로 인한 인사 문제, 법원행정처 효율성 제고 등은 새로운 대법원장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인사체계 개선 등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 부분은 제가 대법원장이 된다 하더라도 저 혼자 생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법부 구성원과 또는 법조계, 변호사협회 등 관련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사법행정 사무의 감독권을 헌법정신에 맞게 적절하게 행사해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단순히 효율성만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조직으로 법원을 재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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