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구원과 연구, 일반 꿀에 없는 '키누렌산' 성분 함량
학술지 논문 게재·특허 출원…기능성식품 등 고부가가치화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국내 벌꿀 생산량의 약 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밤꿀'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향후 건강기능식품과 치료식 등으로 활용 가능해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밤꿀은 6월 중순에 생산되는 벌꿀로 진한 갈색을 띠며 강한 향과 약간의 쓴맛이 특징이다. 예부터 피로 해소에 좋고 항균 효과가 뛰어나 기관지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민간에서도 많이 이용됐다. 지난해 기준 밤꿀은 국내 벌꿀 생산량 중 8.63%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치료제는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약물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지만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 자체 면역력을 높여주는 예방 목적의 식품이나 의약품이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 등 감염병 유행으로 건강과 면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면역 관련 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 연구를 진행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실험 결과 밤꿀이 인플루엔자 에이(A) 바이러스 감염을 62.2%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꿀을 먹이지 않고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쥐는 감염 후 6일 만에 모두 죽었으나 2주간 매일 국내산 밤꿀(600㎎/㎏)을 먹인 쥐는 60%가 생존했다.
밤꿀을 먹인 쥐의 혈청과 면역세포 생성 조직인 비장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방어하는 선천 면역 관련 단백질인 인터페론 베타(IFN-β)가 4.3배나 발현됐다.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인 엔케이(NK) 세포 활성은 4.6배 증가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단백질이 발현되고 폐 조직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 폐 무게가 늘어나는데 2주간 밤꿀을 먹은 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도 정상 쥐와 비슷하게 폐 무게가 줄고, 염증 수치도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밤꿀이 선천 면역 인자인 인터페론 베타 발현과 면역세포인 NK 세포의 활성으로 기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밤꿀이 선천적인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밤꿀 속 '키누렌산(kynurenic acid)' 성분에 의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키누렌산은 밤꿀 1㎏당 1168㎎이 들어있다. 벌꿀 생산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까시꿀을 포함해 다른 꿀에선 키누렌산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키누렌산을 밤꿀의 지표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진청은 해당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하고, 면역기능 증진용 조성물과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에 의한 질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로 특허출원했다.
이상재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일반 식품을 비롯, 건강기능식품과 치료식(메디푸드) 등 국내산 밤꿀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밤꿀 소비가 늘어나고, 양봉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