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체 지리그룹에 전기차 투자 요청
"생산은 하되 연구는 우리 몫" 사업 주도권 챙기기
현대차그룹 등 현지 진출 본격화…경쟁 가중될 듯
지리그룹 진출 시 현대차그룹과 '경쟁 모드'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업체인 지리그룹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최근 지리그룹 고위 관계자를 만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인 니켈 공급을 보장하겠다며 전기차 투자를 요청했다.
판자이탄 장관은 지리그룹에 2025년 또는 2026년까지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전기차 연구는 인도네시아 주도로 실시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는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 기업에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리그룹은 인도네시아측의 이같은 투자 제안에 긍정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굴지의 완성차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2억700만명의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풍부한 천연자원, 시장 잠재력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 매장량은 전 세계 1위다. 이외에도 주석, 금, 동, 코발트 등 첨단 사업의 원재료가 되는 각종 광물이 풍부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1호 전기차 생산 공장을 설립해 가동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HLI그린파워' 배터리셀 공장은 현재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4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HLI그린파워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50%의 지분으로 11억달러(약1조5000억원)를 투입한 합작 법인이다.
베트남 최초 완성차 기업인 빈패스트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빈패스트는 이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에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는 2026년 생산을 목표로 2억달러(약 27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고 판매도 시작한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포드, 미쓰비시 등도 현대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생산 투자를 진행 중이다.
과거 자동차 사업의 변방으로 인식됐던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리그룹이 향후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들면 현대차그룹과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리그룹은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48.2% 성장한 19만대를 판매하며 6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6.2%로 현대차그룹(10.5%)과 격차는 4.3%포인트다. 이미 내수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검증 받은 만큼 향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할 경우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지리자동차의 실제 진출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글로벌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최근 테슬라 투자가 무산되고 비야디 역시 투자 결정을 철회하면서 지리그룹도 과잉 공급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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