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정 에세이 '아이러브 모텔'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누구든 뜨겁게 들어와 외로이 떠나가는 이곳 프런트에서 발견한 쓸쓸하고 투명한 사랑, 사람...나는 모텔 하는 여자입니다.어서 오세요, 오늘도 재워드립니다!"
7년 차 모텔 운영자인 '아이 러브 모텔'의 저자 백은정 씨는 고객이 입실한 지 10분 만에 울려퍼지는 ‘문이 열렸습니다’ 알람에 마음 졸인다.
"방에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흡연 객실이지만)”, “너무 춥다(한겨울에 창문을 열어서)” 등 갖가지 이유로 객실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긴장한 채로 곧 들이닥칠 고객을 기다리지만… 마주하는 것은 나른한 미소를 얼굴 가득 꽃피운 연인들이다. 저자는 얼레벌레 안도하며 자리로 돌아간다.
작가가 된 백은정 씨는 7년 전 운명적으로 주어진 ‘모텔 사장’이라는 직함은 아직도 낯설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프런트에 앉아 수없이 오고가는 다양한 사람과 사랑을 바라보고, 그것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붙여 유쾌하고도 쌉싸름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우리는 모텔 방에서 처음 만난 날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다. 그 사랑은 충동적이고 본능적이었지만 수치스러운 비밀이 아니었다. (중략)...우리는 만남의 첫날에 모텔에서 잤고, 그 김에 결혼을 했으며, 지금은 모텔을 운영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모텔은 궁전이 아닐까? 그래, 먼 우주의 양 끝단에서 출발해 우리는 결국 도착했다. 우주의 중심인 이곳, 사랑이 시작되는 곳. 모텔이 아닌 우주의 궁전으로! 그래서 우리에게 모텔의 의미는 특별하다."(사람들에게 모텔이란 무엇일까요?중에서)
24시간 연중무휴, 입실이 곧 퇴실이고 퇴실이 곧 입실인 무한굴레의 모텔. 풋풋한 연인들과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연인들, 언제나 새로운 진상들이 끊임없이 파도처럼 오고가니 신물이 날 만도 하지만, 작가는 책의 말머리에서 당차게 선언한다.
“여러분의 광대가 되겠습니다. 지금부터 춤과 노래를 대신해 종이와 연필로 신명나게 한판 놀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녹아들어 잠시라도 기억될 수 있다면 대성공이겠지요. 감정 노동이 심한 직업 1위가 숙박업, 2위가 텔레마케터라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글감이 생기니 제법 견딜 만해요!”(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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