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하마' 구글 나홀로 무임승차?…망값 협상테이블 앉을까

기사등록 2023/09/23 07:00:00 최종수정 2023/09/23 07:06:05

페이스북(메타) 이어 넷플릭스 국내 망값 합의…이제 구글만 남았다

구글 유튜브 韓 트래픽 점유율 압도적 1위…타 사업자 역차별 논란 소지

버티는 구글 협상테이블 끌어들이려면 입법화 절실

[서울=뉴시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3년 가까이 이어져왔던 망 이용대가 분쟁이 종지부를 찍자 구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구글은 넷플릭스와 함께 한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유튜브 로고.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국내 압도적 트래픽 1위 구글(유튜브)은 과연 망값 협상테이블에 앉을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3년 가까이 이어져 왔던 망 이용대가 분쟁이 양사 협상 타결로 마침표를 찍자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구글에 쏠리고 있다.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에 이어 넷플릭스 등 다른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이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하기로 국내 통신사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중 망값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은 곳은 구글이 유일하다. 구글 유튜브는 현재 국내 유무선 트래픽을 압도적으로 많이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다.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메타 이어 넷플릭스도 무릎…韓 망값 협상 타결

지난 3년 가까이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이어왔던 넷플릭스가 지난주 SK브로드밴드와 극적 화해했다.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 양사기 이어왔던 법정 소송을 서로 취하하는 동시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 구체적인 합의 조건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넷플릭스 측이 망 이용대가를 어떤 형태로든 지불하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무정산 방식이 망 접속의 관행이라며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해 왔던 넷플릭스는 SK와의 망값 협상에 나선 건 시일이 지체될수록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심 패소 후 항소심 승소 가능성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SK 측과의 물밑 협상에 나섰다는 것. 만약 망 이용대가 법정 판례가 확정될 경우 전세계적으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다. 다음 달 예정된 국내 국회 국정감사도 넷플릭스를 다급하게 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무임승차 이슈는 이번에도 국정감사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자칫 망 이용대가 지불 규정이 입법화될 경우 다른 국가들의 레퍼런스(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적정한 선에서 비공식적으로 망값을 지불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메타(페이스북) 역시 2년여 간의 갈등을 빚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통신사와의 갈등 과정에서 접속경로를 일부러 바꿨다 이용자 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행정 제재를 내렸던 한국 정부와도 마찰을 빚은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구글 유튜브는 언제…문제 해결 안 될 경우 또 다른 역차별 논란

넷플릭스와 국내 ISP와의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당황한 쪽은 구글이다. 구글은 콘텐츠 사업자(CP) 가운데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구글이 국내에 차지한 트래픽 양은 28.6%로 2위 넷플릭스보다도 23.1%포인트 더 많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물론 디즈니플러스, 페이스북 등 상당수 해외 CP가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트래픽 하마' 구글은 협상테이블조차 제대로 앉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통신사들이 제대로 협상 통보조차 못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가 워낙 압도적인 이용자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구글플레이스토어 등 모바일 서비스 사업에서도 우월적 지위가 있다 보니 통신사들의 갑(甲)이 된 지 오래"라며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 스스로 구글 쪽에 감히 망값을 달라고 하지 못한 측면이 강한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오히려 유튜브 이용률이 높아지자 국내 통신사들이 알아서(?) 서비스 품질을 올리기 위해 유튜브 캐시 서버를 증설하는 등 경쟁했던 것이 '잘못 꿴 단추'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터넷 스트리밍 동영상 화질이 크게 올라가면서 이를 소화하기 위한 트래픽 대역폭을 더 넓혀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규모 통신망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 유튜브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내외 CP들만 망값을 낸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 통신사와 망값 협상을 타결한 넷플릭스나 메타 역시 구글을 핑계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못할 경우 이같은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 "망 무임승차방지법 논의 서둘러야" 목소리도

시장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회 논의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CP의 망 이용대가 의무 납부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공정무역 위배 소지가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김과 유튜버들을 앞세운 구글의 여론전 여파로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극적 합의로 망 이용대가 제정 움직임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의 망 이용대가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화뿐"이라며 이른바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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