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등 건설기계 작업노동자 '기계대여대금' 체불 심각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1억3500만원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관공서 관계자 "노동자들 상황은 알지만, 손쓸 방법 없어"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추석을 앞두고 미소를 띠는 노동자가 있는 반면, 목돈이 들어가는 추석이 그저 두려운 '임금체불'의 노동자들도 있다. 특히 굴착기 등 건설기계 작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인건비 개념이 포함된 '기계대여대금'으로 돈을 받고 있어 체불이 더 심각하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관공서도 하청업체의 임금체불을 알면서도 손쓸 방법이 없어 그 딱한 사정에 안타까움만 표하는 실정이다.
18일 뉴시스 취재 결과 부산시 건설본부가 발주한 덕천(화명)-양산 간 도로교통체계 개선 공사에서 건설기계 작업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은 지난 5월 작업 시작 이후 기계대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체불된 금액만 총 4800여만원에 달한다.
또 시 건설본부가 발주한 도시철도 사상역 엘리베이터 공사에서 굴착기 작업을 맡은 A씨는 4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부산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에서도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은 임금체불로 시름하고 있었다.
시 북부교육지원청이 발주한 북구 금곡초등학교의 강당 증축 공사에서 굴착기 노동자들은 계약한 대로 작업을 마쳤지만, 원청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2600여만원의 금액을 받지 못했다. 원청회사는 지급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직 노동자들은 보수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 중에는 체불 금액이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영도구청이 발주한 태종대 해안관광도로 공사의 하청 노동자 4명은 기계임대료 총 1억3500만원 상당을, 부산진구청이 발주한 당감동 복합 국민체육센터 건립 공사의 노동자 6명은 총1억1600만원 상당의 기계임대료를 못 받았다.
또 연제구청이 발주한 거제4동 주차장 도로개설 공사와 동구청이 발주한 다어울림 복합문화센터 공사에서도 각각 3800만원, 1800만원 상당의 기계임대료가 체불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관공서가 철저히 관리·감독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착기지회 관계자는 "관공서는 원청과 계약을 맺은 뒤 하청의 사정은 어떻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관에서는 원청에 공사 대금만 지급하고 나면 끝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공서 내부의 이원화 시스템을 지적하며 "공사를 발주하는 건설과와 돈을 지급하는 재무과가 따로 있어서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소통에 한계가 있다. 이야기하다 보면 몇 달이 지나고, 게다가 공무원들이 인사이동하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민간 발주 공사라면 발주사가 하청 업체들에 추가 대금을 지불하며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관공서는 정해진 공사 대금이 있고 추가금 지급 등의 융통성 발휘가 어려워 근로자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는 것이다.
부산시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지만 손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임금체불과 관련해 노동자분들과 면담도 진행했고,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는 있다"며 "하지만, 시에서도 관내 모든 발주 공사를 세세하게 챙겨보기 힘들고 하청업체들의 내부 사정은 더욱이 알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소송 등을 통해서 하청업체들의 노동자들이 보수를 받아 갈 수도 있겠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권하기 어렵다"며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청업체들에 노동자 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원청에 독려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한 구청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우리는 기성금을 원청에 지급했고, 발주한 공사도 이미 완료된 상태라 할 수 있는 것이 크게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청과 하청 모두에게 적용되는 '최저가 입찰제'도 근로자들의 임금체불과 부실공사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기계 대금 지급을 보증해 주는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제도'도 실효성이 낮은 탓에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 규모에 맞게 보증 금액을 책정하지 않고 제도에 딱 가입이 될 수 있는 만큼의 최저금액으로만 가입시키고 있다"며 "현장이 반영되지 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 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도 건설업에서는 임대차 계약서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것을 요구하는 '깐깐한 노동자'를 기피하고 다루기 쉬운 노동자들을 찾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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