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美 과소평가에도 北 국제사회 압력에 탄력 대응"
"북한, 하노이 회담 실패한 이후 무기고 확충에 더 집중"
"김정은, 트럼프 백악관 돌아올 수 있는지 지켜볼 수도"
영국 BBC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우호적인 관계가 강화하는 분위기이지만, 미국은 이를 견제할 아이디어가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이 북한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연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에 북한을 압박할 경제적 수단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미 국무부 출입 기자가 "평양에서 아직 제재 대상이 아닌 곳은 구멍가게 한 두 곳"이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라고 BBC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헬로(Hello)"라고 말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BBC에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가 시사한 것처럼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었다면 이를 보여 주기에는 웃긴 방법이었다"며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0년간 양측이 놓친 기회들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난처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핵무기고를 구축하면서 그 자신이 협상 가치가 있는 위협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BBC는 분석했다.
엄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얼마나 탄력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했는지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려 행정부에 걸쳐 많은 관리가 북한을 붕괴 직전의 작은 국가로 평가하며 북한 문제를 3급 안보로 여기는 등 필요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의 크리스토퍼 그린 분석가는 "중국의 리스크가 북한 리스크를 앞섰다"며 "미국은 억지 및 억제 전략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수십 년간 그랬던 것보다 러시아와 중국에 더 의존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반응할 무엇을 가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AP통신 평양 초대 지국장을 역임한 진 리는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이후, 김 위원장은 더 크고 위협적인 무기고를 확보하고 더 강한 위치에 서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리 전 지국장은 "그(김정은)는 2018년과 2019년에 자신의 무기고가 미국에 거래를 강요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며 "그는 코로나19 격리 기간 3년을 자신에게 더 나은 입지와 지렛대를 줄 것으로 믿는 무기고 조정과 구축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리 전 지국장은 "그는 강한 친분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미국 선거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도 북한 및 러시아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대북 정책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러와의 밀착과 이에 따른 지역 긴장 고조는 그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닐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시아에서 미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린 분석가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둘러싼 많은 보도가 '신 냉전' 서사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이는 과도한 단순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고 관계를 다변화하려 할 것"이라며 "지금 미국이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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