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떨어진 운동화 밑창을 순간접착제로 붙여가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예은, 학습지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경진, 코인 투자로 빚을 지고 택배 상하차를 하는 태양까지.
각기 다른 현장에서 일하는 이 노동자들은 한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니다. 바로 동인 '월급사실주의'가 펴낸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문학동네)의 각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다.
소설가 장강명, 이서수, 정진영 등이 함께하는 '월급사실주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소설을 쓰기 위해 모였다. 이 때문에 이번 책에 수록된 11편의 이야기는 모두 '노동'이 그 중심에 있다.
'월급사실주의'는 독특한 창작 규칙이 있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근 5년 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앤솔러지는 창작 규칙을 철저히 지켜 집필됐다. 농원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부터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까지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가사, 자영업 등 다른 직업과 다른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거치며 한국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 시기, 소설가들이 바라본 2020년대 노동의 시간은 문학의 쓸모와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인과 앤솔러지를 기획한 소설가 장강명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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