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 연장에 연중 최고가
"아람코 추가 상장 제스처"…장기 상승 전망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유가격 상승에 정유주의 주가도 함께 치솟고 있다. 반면 석유제품 소비가 많은 항공주는 유가에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은 최근 두달간 약 24% 폭등했다. 지난 7월7일 6만3400원이었던 주가가 이날 오전 현재 7만9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른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동안 약 8% 올랐고, GS는 16% 가량 상승 중이다.
이는 국제유가가 무섭게 상승한 영향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지난 7월3일까지만 해도 배럴당 69.79달러였다. 하지만 7월부터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 자발적 감산에 들어가면서 유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은 OPEC+의 하루 366만 배럴 감산 조치와 별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씩 감산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지난 4월 하루 166만 배럴 추가 감산하기로 한 바 있다.
러시아도 자발적으로 일일 30만 배럴의 감산을 하고 있으며 사우디의 감산 연장에 따라 러시아도 연말까지 감산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소식에 WTI가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1달러 선을 넘어섰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하반기 원유시장 수급 여건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상승하고 있다"며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관련 소식에 연말까지 OPEC+의 증산은 부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부각되며, 공급 부족 우려가 더욱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정유주에 호재다. 지속된 상승으로 정제마진을 통한 차익실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에서 원가와 수송비를 뺀 것을 의미한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한 후 수송을 거쳐 국내 판매까지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는 재고평가 이익이 생겨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다.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대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2.7달러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업계가 큰 수익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항공유의 부담이 커지면서 항공주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9.8% 가량 급락했고, 아시아나항공도 6.6% 내렸다. 저가항공사(LCC)인 제주항공(-16.6%), 진에어(-21.3%)의 주가 하락 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람코의 추가 상장을 위해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언은 "이번 추가 감산 연장 결정은, 사우디 외환 보유고가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이란의 수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며 사우디가 추진 중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사의 500억 달러 추가 상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제스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