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외압설 놓고…이종섭 "사실 아냐" vs 박 대령 측 "녹취 있을수도"

기사등록 2023/09/04 15:42:31 최종수정 2023/09/04 16:20:05

대통령실 개입설 놓고 양측 주장 엇갈려

이종섭 "변호인 측에서 허위로 얘기한 것"

김 변호사 "싸움 전 무기부터 챙기는게 상식"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9.0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의 대통령실 외압설을 놓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전 수사단장 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4일 국회 예결위에서 이 장관이 다시 한번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한 반면 박 대령 측은 이날 녹취록 존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방부를 압박했다.

이종섭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비경제부처 심사에서 'VIP(대통령) 격노설'과 관련해 "대통령 격노나 외압 전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전부 다 변호인 측에서 허위로 얘기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군 검찰단이 박정훈 대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박 대령이) 지금까지 수사를 거부했다"면서 "허위사실도 유포했는데, 이런 것들을 증거인멸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당한 항변이었다는 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지적에는 "정당한 항변이 아니다.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어겼다"며 "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VIP 외압설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박 대령 측에 따르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7월31일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개입이) 됐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 법률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모 방송사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녹취록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박 단장은 처음부터 이걸 대통령이 개입돼 있는 사실을 알고 이 싸움을 시작했다"며 "그렇다면 큰 전쟁이 될 수 있는데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단단히 무기부터 챙기는 게 상식 아니냐"고 했다.

박 대령의 무기가 대통령실 외압과 관련된 녹취록일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추측이다. 그는 "필요한 무기가 결국은 법무관리관의 외압과 관련된 녹취, 또 해병대 사령관이 대통령을 언급한 녹취, 이 두 가지 녹취는 가지고 이 싸움을 벌였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정말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녹취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그 녹취가 있어야 맞지 않느냐 생각한 것"이라며 "박 대령에게 확인을 구하거나 녹취를 갖고 있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변호인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방부 군 검찰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와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더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23.09.01. ks@newsis.com

앞서 군사법원은 지난 1일 오후 6시45분경 항명 등의 혐의로 영청이 청구된 박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박 대령은 많이 안정된 상태"라며 "이후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공수처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채 상병은 지난 7월 19일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같은날 저녁 1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5.8km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 보고서를 결재까지 끝냈다.

하지만 다음날인 31일 이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앞두고 해병대 지휘부에 이첩을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러한 지시를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 대령에게 전달했으나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 측 주장이다.

이에 해병대는 이달 8일 오전 해병대사령부에서 정종범 부사령관을 심의위원장으로 하는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고 항명 혐의로 박정훈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이후 박 대령에게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 중 일부가 이종섭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상관명예훼손 혐의까지 더해졌다.

국방부는 8월 2일 경북경철청으로부터 조사 보고서를 회수했고, 이번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조사본부는 채 상병 순직 36일 만인 8월 24일 해당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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