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냄새 좋아" 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기사등록 2023/09/03 12:00:00 최종수정 2023/09/03 12:03:44

여성 직장인 35.2%가 성희롱 피해 경험

'비정규직 여성', 38.4%가 '있다'고 응답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3.8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열린 '외모 지적 구애 갑질 이제그만'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작장인 비너스의 탄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3.07.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팔뚝을 찌르고 머리를 쓰다듬고,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하고, 샴푸 냄새가 좋으니 가까이 오라고 하는 등의 발언을 합니다. 팀 회식에서 사장님 옆에 앉히고, 사장은 술을 주면서 손을 자꾸 잡습니다."

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성보단 여성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그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직장인의 35.2%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에 '있다'고 응답했다고 3일 밝혔다.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38.4%가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 경험이 있는 260명의 응답자에게 성희롱 수준의 심각성을 묻자, 절반 이상(58.1%)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여성의 '성희롱 수준 심각' 응답은 68%로 평균보다 10%포인트, 남성(43.9%)보다 24.1%포인트 높았다.

비정규직의 성희롱 심각 응답(65.3%)은 정규직(51.5%)보다 13.8%포인트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은 10명 중 7명(69.7%)이 '경험한 성희롱이 심각했다'고 답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가 21.5%로 그 뒤를 이었다.

성희롱 행위자 성별은 여성 88.2%가 '이성'이라 답했고, 남성 42.1%가 '동성'이라 답했다.

성희롱에 대한 대응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83.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17.3%)가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 8%는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여성의 스토킹 피해 경험은 10.1%, 남성은 6.4%였다.

비정규직의 스토킹 경험은 12.5%로 정규직(5%)의 2배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의 직장 내 스토킹 경험은 14.7%로, 정규직 남성(5%)의 3배 수준이었다.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5.1%가 '있다'고 답했다. 여성(24.1%)이 남성(8.1%)의 3배, 비정규직(22.3%)이 정규직(10.3%)의 2배였다.

여성 비정규직은 10명 중 3명(29.7%)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최대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는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 박은하 노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비정규직'이라는 업무 특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특성을 갖는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젠더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 내 젠더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단호한 거절만으로는 중단되지 않는다"며 "여성이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여성을 살리는 일터'를 위해 사용자와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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