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낸드 도입 10년 만에 300단 시대 개막
삼성전자도 내년께 300단 낸드 양산 나설 듯
업계 고난도 기술 개발로 한계 돌파에 도전 중
적층은 이론상 간단하지만, 그 자체가 기술 경쟁력의 척도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난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먼저 고지에 오르는지가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세계 최초로 300단대 낸드를 공개했지만, 양산 일정은 삼성전자가 더 빠를 수 있다. 메모리 성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업계의 기술 경쟁은 한층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낸드 업체들이 적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수를 높여 한 개의 칩으로 더 큰 용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독 주택보다 아파트의 세대 수가 더 많은 것과 같은 원리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321단 낸드는 1Tb(테라비트) 기준, 이전 세대인 238단 512Gb(기가비트) 대비 생산성이 59% 높아졌다. 칩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성은 10%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도 내년께 단수가 300단 전후로 추정되는 '9세대 V낸드'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서 '삼성 테크 데이 2022' 행사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고층 아파트 지으려면…어떻게 쌓을지가 기술력
지난 2013년 24단에서 시작한 3차원 낸드는 거의 매년 신제품이 개발됐고, 10년이 흐른 현재는 300단 수준에 이르렀다.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메모리반도체 로드맵에 따르면 3D 낸드는 앞으로 ▲2028년 576단 ▲2031년 768단 ▲2034년 1024단 ▲2037년 1536단으로 수직 확장되겠지만, 칩 사이즈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3D 낸드는 수직으로 쌓아 올린 뒤 구멍을 내어 각 층을 연결하는데, 층수가 높아질수록 구멍이 깊어져 수직 방향으로 균일하게 관통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됐다. 이에 여러 번에 나눠 뚫고 다시 결합하는 방식을 쓴다. 2개를 쌓으면 '더블 스택'(double stack), 3개로 나눠 쌓으면 '트리플 스택'(Triple stack) 등으로 분류한다. 공정을 여러 개로 나눠 수율(양산품의 비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다만 단위 공정이 많아지면서 시간과 비용은 높아져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321단 낸드를 트리플 스택 기술을 적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낸드에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세 칩도 다시 보자…셀 크기 줄이는 데도 총력
양사는 셀 크기를 줄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낸드 제품은 업계 최소의 셀 크기를 구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3차원 스케일링(3D Scaling) 기술 덕분이다. 이 기술은 낸드의 각 층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셀의 높이를 줄인다. 층수가 높아지더라도 체적을 최대 35%까지 줄여 전체 높이가 크게 증가하지 않게 한다. 같은 층이라도 경쟁사 대비 더 높이는 더 낮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All PUC(Peri. Under Cell)'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메모리 면적에서 20~30%가량을 차지하는 구동회로(Peri.) 전체를 셀 밑으로 넣어 칩의 크기를 30% 이상 줄인다.
이를테면 옥외 주차장을 지하 주차장으로 구조 변경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웨이퍼당 더 많은 양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생산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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