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LFP 배터리 업고 국내 시장 빠르게 잠식
짧은 주행거리·저온 성능 저하 등 성능 개선에도 나서
정부의 뒤늦은 보조금 차등 정책에도 판매 늘어날 듯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올해 국내에서 주행 중인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1131대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468대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버스 10대 중 4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국내 전기버스를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 일렉시티가 457대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4위는 모두 중국업체 버스다. 중국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는 191대가 팔렸고, CHTC 에픽시티와 비야디 eBus-12는 각각 79대, 76대가 팔렸다. 현대차 카운티 일렉트릭과 일렉시티 타운은 각각 54대, 46대 판매에 그쳤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강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한결 저렴하다
여기에 최근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의 성능까지 높이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고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에서도 3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CATL의 설명이다.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버스의 존재감이 커지자 정부는 올해 '보조금 차등 적용' 정책을 꺼내들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저가형 배터리를 쓰는 중국산 전기버스를 배제하려는 차원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에도 중국산 전기버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전기버스 운행차량 대수는 6641대로 이중 2135대(32.1%)가 중국산 전기버스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안전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 10일 경남 창원에서 폭우로 맨홀 뚜껑이 솟아올라 시내버스 바닥을 뚫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는 중국산 전기버스 하이퍼스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하이퍼스가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바닥 하부를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가 친환경 전기버스 도입을 위해 시내버스오 마을버스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줬는데 이 같은 조치가 중국산 전기버스 보급 확대로 이어졌다"며 "지방자치단체와 버스업체들이 국산 전기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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