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첫공 시작으로 서울 공연 합류
20대때 오디션 탈락…"성악 전공 살려 신나"
'꿈의 배역'으로 꼽아온 '오페라의 유령'으로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1일 서울 공연에서 '유령 데뷔전'을 치른 배우 최재림은 무대에 오르기까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시카고', '하데스타운', '아이다', '킹키부츠', '마틸다' 등 대극장 주역으로 쉼 없이 활약하며 현재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로 꼽힌다. 올해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레미제라블'까지 대작에 연이어 출연한다. 20대 시절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두 작품을 모두 한 손에 거머쥐며 그야말로 전성기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어떤 공연을 하든지 항상 자신감은 있다. 그 정도로 연습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3개월여의 부산 공연을 마치고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부산에서 먼저 공연한 배우 조승우, 김주택, 전동석과 함께 최재림은 이번 서울 공연부터 합류했다.
"100회 넘게 공연하며 이미 팀의 호흡이나 속도가 만들어져 있기에 그 안에 잘 맞춰 들어가는 게 가장 큰 부담이었어요. 동시에 저의 호흡을 찾아서 그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도 중요했죠. 다행인 건 혼자 고민했던 시간이 길었고 머릿속에서 워낙 많이 반복했기에 어렵지 않게 섞일 수 있었어요."
이번 공연은 그의 성악 전공을 발휘하는 기회도 됐다.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성악 발성을 쓴 작품이 거의 없다. 많은 동료 배우도 제가 성악을 전공했다고 하면 놀란다"고 웃었다.
"(성악 발성을 살리니까) 재미있어요. 현재의 최재림에게 '음악을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게 해주는 전공을 쓰는 거니까 뿌듯하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2회 공연을 했는데, 그런 마음 때문인지 아직은 약간 힘이 더 들어가 있어요.(웃음)"
"표정이 안 보이잖아요. 명령, 애원, 고백, 분노 등 그 의도와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목소리 톤을 많이 고민했죠. 공연에 끌려들어오듯 관객들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싶었어요. '돌아갈 수 없는 길'이나 홀로 남게 되는 마지막 장면 등 유령의 감정이 극대화돼 노래하는 장면들에선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오페라의 유령' 첫 오디션을 봤던 25살 땐 젊음의 패기가 있었지만 자만했던 면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오디션에 숱하게 떨어지고 연기 갈증을 느끼며 20대 후반인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성숙해졌다. 공부하며 부족함을 채워왔고, 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도 생겼다"고 했다.
"사고의 깊이가 예전보다 깊어지면서 인물이나 대본, 음악을 해석할 때 자연스럽게 투영돼요. 전에는 멋있고 힘차게만 표현했다면, 지금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내면의 감정을 어떻게 더 풍부하게 담아낼까 고민하죠. 스스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나태해지고 도태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이번에 첫 유령을 끝내고 이후 작품이 다시 돌아온다면 또 한번 맡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뮤지컬의 길을 생각했을 때부터 꿈꿨던 작품이에요. 예상보다 빨리 만났는데, 40살 또는 50살에 이 작품이 왔어도 오디션을 봤을 거예요. 그때였다면 또다른 느낌이었겠죠."
최재림은 최근엔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그린마더스클럽'에 이어 올해 '마당이 있는 집'에 출연했다. "작업 환경이나 방식도 새롭고 제게는 도전"이라고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힘이 받쳐줄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일을 즐기고 사랑하려면 지루해지지 않아야 하죠. 그래서 연극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해보면 더 즐기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좀 더 넓혀갈 수 있는 문이 살짝 열린 건데,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설레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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