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불법의료 언론 제보했더니 해고…협박·회유도"

기사등록 2023/08/17 10:29:22 최종수정 2023/08/17 11:34:05

불법의료 강요 의료기관 신고…권익위 눈치만

준법투쟁 나선 간호사 해고 당하는 사례 속출

간협, 법·노무자문센터 운영·2차신고 방안 검토

[서울=뉴시스]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8.17.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불법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참여한 간호사들이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간호사에게 불법의료 행위를 강요한 전국 의료기관 81곳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신고된 지 50일이 지났지만, 국민권익위는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간호협회는 온라인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의사로부터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 받았다고 신고한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노무자문센터’를 운영하고, 간호사에 불법의료 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을 추가로 신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2층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 국민신문고에 (지시받은 불법 의료행위들을) 신고한 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7월6일)', '협회 대표자가 연락하면 알려주겠다(7월18일)', '(법률 및 판례 검토를 위해) 81개 의료기관의 내용을 정리하고 분류 중이다(8월11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밝혔다.

간협은 간호사 본연의 업무를 제외한 의사의 지시를 전면 거부하겠다며 지난 5월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이후 온라인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설치해 불법 의료 행위를 지시한 의료기관과 불법 진료 내용을 익명으로 접수해왔다.

신고된 내용 중 불법 의료행위 지시가 명백한 81개 의료기관의 경우 행위의 심각성과 신고 내용의 구체성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신고가 이뤄졌다는 게 간협의 입장이다. 변호사와 노무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협회의 ‘간호사 준법투쟁 TF’를 통해 법적 자문과 노무자문 등을 거쳤다는 것이다.

간협에 따르면 불법 의료행위 거부로 인한 부당대우가 심각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4개 의료기관의 경우 조사가 완료됐거나 현장실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종로구 A의료기관과 경북 포항 B의료기관은 8월 중 근로감독이 실시된다. 경남 창원 C의료기관은 3일 간 진행된 근로감독을 통해 간호부서장, 일반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한 면담과 관련 서류 검토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경기 평택의 D의료기관의 경우 "진행 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간협은 간호사에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을 2차로 신고하고,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불법 의료행위 지시를 받았다고 신고한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노무자문센터’를 이날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과 협회의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면서 "불법 의료행위 초반에 있었던 따돌림이나 위협, 겁박 등에서 더 나아가 실제 부당 해고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문센터는 불법 의료행위 거부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자문과 함께 회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자문 등을 통해 회원들을 적극 보호해 나갈 것”이라면서 “오늘 3차 기자회견 발표 이후, 협회 홈페이지에서 회원이면 누구나 이용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간호사 준법투쟁과 관련해 의료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상담, 법적 절차 등 법률과 노무에 대한 자문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불법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었다는 현장 간호사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경남의 한 종합병원 A간호부장은 “의사가 작성해야 하는 장기요양 의견소견서를 간호사들에게 맡겨 시정을 요구해도 안됐고, 지역 보건당국도 병원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넘겼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뒤 해고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이른바 진료보조인력(PA)간호사로 일했다는 간호사 B씨는 “간호법을 위한 준법투쟁을 하면서 간호사들이 해서는 안 되는 업무 범위를 확인할 수 있었고 노사합의를 통해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서 책임져 준다는 사항을 포함시키는 등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없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그마한 변화들이 모여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는 간호사 준법투쟁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했다. C씨는 “병원장과 의사들은 기존에 하던 일을 왜 이제 와서 거부하냐며 압력을 넣었다"면서 "주변 다른 직역들의 힐난의 눈초리, ‘간호사만의 싸움’인 것 같은 고립감은 너무 두려웠고, 간호법 준법투쟁을 하면서 협박, 회유, 폭언 등을 겪었지만 많은 간호사들이 아직도 간호사 준법투쟁에 동참하고 있다”고 알렸다.

또 “불법 의료행위 거부로 어쩌면 더 많이 다치고 피를 흘리는 쪽은 약자인 저희 간호사들일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저희에게는 이런 행위를 보호해줄 그 어떠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간호사들이 간호법에 목을 메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간협이 지난 5월 개설한 온라인 불법진료 신고센터에는 지난 11일까지 총 1만4590건이 신고됐다.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한 병원의 실명을 신고한 건 수와 불법사례도 지난 6월 26일 364개 기관, 8467건에서 386개 기관, 8942건으로 각각 22개 기관, 475건이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69개 기관 24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60개 기관, 1753건 ▲부산 29개 기관, 813건 ▲대구 28개 기관, 542건 ▲경남 26개 기관, 604건 ▲경북 26개 기관, 277건 ▲인천 21개 기관, 489건 ▲전남 21개 기관, 174건 ▲충남 18개 기관, 210건 ▲광주 16개 기관, 209건 ▲강원 16개 기관, 197건 ▲충북 16개 기관, 142건 ▲대전 12개 기관, 415건 ▲전북 11개 기관, 272건 ▲울산 11개 기관, 204건 ▲제주 4개 기관, 56건 ▲세종 2개 기관, 123건 순이다.

김 회장은 “의료 현장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근절되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준법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면서 “의료 현장에서 법의 모호성을 악용한 불법 의료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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