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음주 측정에 불응…항소심 재판부 "처벌할 수 없다"

기사등록 2023/08/15 16:25:35 최종수정 2023/08/15 16:34:06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음주 측정 요구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3-1형사항소부(부장판사 김경훈)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56)씨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 측정 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위법한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A씨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 '이유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항소 이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강제수사로서의 적법 여부 ▲임의수사로서 적법 여부 ▲ 범죄의 예방·제지내지 위험 방지를 위한 주거지 출입의 적법 여부 등을 고려했다.

경찰관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수색영장 등을 발부받지 않은 채 주거지에 들어가 음주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 예외 사유에 의한 것으로 강제수사로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임의수사 적법 여부에 대해서도 경찰관들이 주거지 마당에 들어가면서 피고인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거나 언제든지 퇴거를 요구할 수 있음을 알려줬음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음주측정요구가 임의수사로서 적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관들이 주거지에 임의로 들어간 행위를 범죄의 예방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행위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2월11일 새벽 경북 성주군 성주읍의 한 세탁소 앞에 주차된 차량의 운전석에서 차량 시동을 켠 채 잠이 들었다.

잠결에 A씨는 가속페달을 자꾸 밟았고 이를 본 인근 주민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관들은 같은 날 오전 2시39분께 신고 장소에 도착해 A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했다. 음주는 했지만, 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은 A씨에게 음주 운전하지 말 것을 경고한 후 이동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부터 귀가를 위해 차량을 운전했다. 앞서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인근을 순찰하던 중 성주군청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운행을 중단케 하는 등의 별도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채 차량을 추적했다.

운전을 시작한 곳에서 약 4㎞ 떨어진 주거지에 도착한 A씨는 자신의 집 마당에 차량을 주차했다. 차량을 추적하던 경찰관들은 A씨가 주차하자 마당에 들어갔다. 이어 A씨를 상대로 오전 3시14분부터 오전 3시24분까지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모두 거절했다.

1심은 "경찰관이 A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요구하기 위해 주거지에 들어간 것은 현행범체포 내지는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위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12조 내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7조에 근거한 것이지 이를 가리켜 주거침입죄로 평가할 여지는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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