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평균 3~4건 태풍 한반도에 영향
루사 이어 매미까지…총 9.3조 재산피해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올해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예년 만큼 치명적이진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4만여 세대에 정전은 물론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1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1시 기준 잠정 집계된 시설 피해는 379건입니다. 공공시설 196건, 183건이죠. 일시 대피한 인원은 1만6000명에 육박하는데, 이 중 4000여 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궁금해집니다. 매년 7~8월 여름철 마다 한반도를 강타하는 태풍, 언제부터 찾아왔던 걸까요.
그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강풍 기록은 고구려 모본왕 2년 때 시작됩니다. 당시 폭풍으로 인해 나무가 뽑혔을 정도라고 기록됐고요. 신라에서는 경주에 큰 바람이 불며 금성동문이 저절로 무너졌으며, 고려시대에는 정종 6년 폭우를 동반한 바람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광화문 마저 무너졌다는 기록도 남아있죠.
그렇다면 최근 태풍 기록은 어떨까요. 기상청 날씨누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매년 영향을 미치는 태풍 발생은 평균 3~4건에 달합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평균 4.0건, 지난 30년 평균 3.4건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1960년 이후 태풍이 한반도를 최다 강타한 때는 언제일까요. 바로 지난 2019년인데요. 그 해 7월 1건·8월 3건·9월 3건으로 총 7건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2009년과 1988년에는 한 건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치명타를 끼친 태풍은 무엇일까요. 행정안전부 재해연보 등에 따르면 지난 1987년부터 2020년 중 피해액이 가장 컸던 태풍은 '루사(RUSA)'입니다. 지난 2002년 8월30일부터 9월13일까지 전남과 충북, 강원을 통과했던 루사는 전국에 피해를 미쳤습니다.
루사로 인해 6만3085명 이재민이 발생하고 2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건물 7634채와 공공시설 2만388곳이 파손됐는데, 당시 피해액은 총 5조1479억원에 달할 정도죠. 20년 전에 5조원이라니 지금 시세로는 7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추산했습니다.
이 밖에 2006년 전국을 강타한 에위니아(EWINAR)도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호우와 동시에 발생하며 1조8344억원 재산 피해를 일으킨 에위니아로 62명이 사망했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이후부터 2020년까지 태풍으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더라도 사망 및 실종자가 20명을 넘어간 적은 없었단 사실입니다.
태풍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에 집중해야겠지만, 에너지 수급 관리도 필수입니다.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만큼 태풍은 전력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수도권을 향해 북상한 카눈 영향으로 약 4만358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했거든요. 발전설비의 경우 울산복합발전 2호기와 영남파워복합발전소가 냉각수 취수설비에 이물질이 유입돼 발전이 정지되기도 했죠.
올해 여름에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최대치인 93.6GW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태풍이 북상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태풍 대비가 전력수급을 예측하는 것보다 어렵다보니, 태풍으로 설비 고장 등이 겹치면 예비전력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재산상의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거든요.
이에 따라 산업부와 관계기관은 화력·원자력·양수 등 발전과 송전 설비의 고장정지 예방과 긴급복구 운영체계에 집중 돌입했죠. 갑자기 전력 수요가 급등하거나 발전설비 고장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진 않는지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관련 기관과 정부 간 상시 보고 체계도 가동했고요.
그 바람에 이번 여름에는 태풍으로 인한 전력수급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태풍에 대비해 인명은 물론 에너지 수급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까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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