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 다가오는 '카눈' 대비에 분주
연이은 '재앙 수준' 날씨에 상인 고통 호소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10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성북구 장위전통시장. 시장 입구 정육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천막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김씨는 "비바람에 누전이 됐다가는 큰일이라 임시로 천막을 쳤다"며 "구청 차원 (태풍) 대비책도 없어서 상인들 각자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막은 다행히도 한쪽 구석으로 물길을 만들어, 빗물을 바닥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서울 전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다가오는 태풍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A씨 부부는 천막 아래 진열해 놓았던 과일을 다시 들여놓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A씨는 "천막을 쳐놔도 비가 계속 들어와서 물건(과일)을 치우고 있다"며 "오후 3시부터 점점 비바람이 세진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했다.
옆 가게에서 천막을 빌려 이용하던 부부는 옆 가게에도 비바람이 들이치기 시작하자 이를 돌려주기 위해 천막을 걷어야만 했다.
가게로 빗물이 들어차는 걸 막기 위해 모래포대를 쌓아 놓은 가게도 보였다.
슈퍼마켓 주인 B씨는 "구청이 지붕 만들어 주는 공사를 한다고 배수구를 막아놔서 가게 안까지 물이 다 들어찼다"며 "오전에 상인회장이 와서 수습하고 모래포대를 쌓아줬다"고 했다.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진 서울 동대문구 일대 전통시장 상인들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동대문구 경동시장 입구에 있는 노점 상인들은 바람이 들이치는 걸 막으려 천막을 보수하거나, 물기가 흥건한 진열대를 닦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이곳 상인 C씨는 "비보다 무서운 게 바람"이라며 "바람에 천막이 안 날아가게 오후 8시까지 (가게를) 지킬 예정"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해진 반면, 시장은 한산했다. 동네 주민들이 찾는 장위전통시장은 물론,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 동대문구 일대 시장도 이날은 사람들의 발길이 확연히 줄었다.
상당수 가게가 셔터가 내려진 채 불이 꺼져 있었고 손님들은 우산을 꼭 잡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시장 상인들은 장마, 폭염, 태풍으로 이어지는 최근 날씨에 장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과물시장에서 10년 넘게 대파 등 채소류를 팔았다는 박모씨는 "딱 IMF 때 같다. 코로나가 끝나니까 장마가 오고 폭염이 오고 태풍이 왔다. 손님들도 밖으로 안 나오는 거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건어물 등을 판매하는 황기욱 장위전통시장상인회장은 "날씨가 안 좋아서 손님들이 안 나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생산라인이 힘들어진 게 문제다"며 "폭염에 닭이 폐사하고, 장마에 야채들이 썩으니까 물가도 덩달아 뛴다"고 토로했다.
한편 태풍 '카눈'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경북 안동 남서쪽 약 40km 육상에서 시속 38km로 북진 중이다. 중심기압 980hPa, 최대풍속은 초속 29m(104km)로 강도 '중'을 유지하고 있다.
태풍의 최대풍속이 초속 25~32m일 때는 강도 '중'으로 분류된다. '중'은 지붕을 날릴 정도의 위력이다.
카눈은 이날 중 계속 북진해 경북과 충북, 경기 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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