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이첩 논란…유족 "재발방지 의구심"(종합)

기사등록 2023/08/04 16:11:05 최종수정 2023/08/04 16:42:05

해병대 수사단장, 이첩 대기 항명으로 보직해임

사건 은폐·축소 의혹에 국방부 "그럴 수 없는 구조"

유족 "수근이 희생 진상규명 제대로 될 지 의구심"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채 상병의 동기를 안아주며 오열하고 있다. 채 상병은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2023.07.22.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넘긴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을 지난 2일 다시 회수한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그럴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사건 이첩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자 채 상병 유족들은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의구심이 든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2일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조사결과를 다시 회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이첩 대기를 명했는데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를 듣지않고, 이첩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번 일을 항명으로 판단, 수사단장을 지난 2일 보직해임했다. 수사단장이 왜 자체적으로 판단해 경북경찰청으로 수사결과를 이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군인 사망 사건, 성범죄 등의 수사·재판은 처음부터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하도록 한다는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랐을 것이라는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검찰단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종섭 장관이 왜 이첩 대기를 명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일부 혐의자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앞으로 경찰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첩을 보류하라 지시했다는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병대 수사단에 사실관계만 적시할 것을 명했는데 이마저도 듣지않고 조사결과를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군 일각에서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로 지명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을 지휘한 박상현 여단장 등을 국방부가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를 통해 "국방부 장관이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민간에서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은폐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내용을 요구할 경우 제출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같은날 저녁 1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5.8km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국방부와 해병대 간 사건이첩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채수근 상병 유족들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지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채 상병 부모는 이날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해병대 수사단에서 지난주 금요일에 자체조사결과를 설명하고  곧 경찰로 이첩한다고 했다"며 "유족들은 해병대 조사결과를 신뢰하고 이후 진행되는 경찰수사를 담담히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우리 아들 수근이 사건의 경찰이첩을 두고 벌어진 관련된 언론보도 내용을 접하고 당사자인 저희 유족들은  불편한 심정"이라며 "수근이의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런지, 사고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고한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 유족들은 국방부와 해병대의 문제가 사고원인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 의지와는 무관하기를 소망한다"며 "다시는 우리 장병들이 수근이와 같은 희생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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