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칼부림 2주 만에 대량피해 범죄
불특정 다수 '소프트 타깃' 겨냥 테러
"이데올로기만 빠진 테러…공포 증폭"
'관심종자' 준동에 모방범죄 우려 커져
"국가 치안대책 패러다임 근본 전환을"
[서울=뉴시스]정진형 홍연우 기자 =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으로부터 채 2주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차량 돌진과 칼부림이 결합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한 무차별 범행이 잇따르는 점에서 '테러 상황'이나 다름없다며 강력한 치안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3일) 오후 5시5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 광장과 인근 AK플라자 쇼핑몰 일대에서 A(23)씨가 차를 몰고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보행자 5명이 차에 치였고, 쇼핑몰 이용객 등 9명이 흉기에 피습 당해 사상자만 14명이 발생했다.
A(23)씨는 1차 조사에서 '특정 집단이 날 스토킹하고 괴롭혀 죽이려고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있다'고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했고, 과거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분열적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전력도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조선(33·구속송치)의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은 데 이어 또다시 대량피해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특히 이번 범행의 경우 흉기 난동에 앞서 차량 돌진을 한 것이 피해를 키워,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을 겨냥한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와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다.
2016년 한국테러학회보에 실린 '소프트 타겟 테러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 타깃은 사업 및 민간 시설, 민간인과 비정부 시설을 의미한다.
주요다중시설이기에 접근이 용이한 반면, 테러 공격에 취약해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에게 단시간에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현역 사건은 이데올로기(정치적 구호)만 빠진 준 테러로 볼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모여 일상생활을 영위하지만 경계가 없는 소프트 타깃을 표적으로 해 공포심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6년 프랑스 니스, 2017년 영국 런던브리지에서 일어난 테러도 차량이 인파에 돌진해 큰 피해를 안긴 '소프트 타깃 테러'로 꼽힌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어보려는 이른바 '어텐션 시커(attention seeker·관심종자)'들의 모방범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림역 사건 이후 전국에서 유사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살인예고'글이 잇따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이 '전담수사팀'까지 꾸려 엄벌을 천명했지만 잦아들지 않는 추세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실제 범행을 하는 사람들이 (살인예고) 글을 쓰지는 않지만 대신 그 글을 열심히 읽거나 방송보도를 보고 자극받는 양상"이라며 "어텐션 시커 그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다른 위험인자들을 자극하기에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범죄의 에코(echo·메아리)라고 해서 외로운 늑대들이 서로 호응해 짓다가 그중 한 명이 사람을 물면 그 피를 보고 또 짖는 악순환"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무차별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서현역 사건에 대해 "개인적 원한에 의한 전통적 범죄와 달리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러행위와도 같다"며 엄중 처벌을 지시했다.
이웅혁 교수는 "이번 사건 이면의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고, 형사사법체계가 왜 사전에 이런 범죄를 막지 못했는지 심층적인 조사를 해 국가 차원의 맞춤형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치안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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