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매력은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싱싱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평도 받는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겨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경쟁에 밀린 전통시장이 생존하는 길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간직한 전통시장은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도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과 역할도 자못 크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연중기획으로 월1회씩 10회에 걸쳐 우리 동네 전통시장을 찾아 소개한다.
[진안=뉴시스]최정규 기자 =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사이에 위치한 전북 진안군에 유일한 전통시장이 있다. ‘진안고원시장’이라 불리는 진안장이다.
◆진안 시장의 역사
과거 진안의 시장은 농촌의 중요한 상업기능을 담당했다. 특히 동쪽은 지장산, 영구산, 천반산, 성수산으로 경계를 이루고, 서쪽은 주화산에서 연석산, 운장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과 주화산에서 만덕산, 고덕산, 팔공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상당히 폐쇄적인 지역이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진안에서 시장이 열리는 날은 진안군민들의 의식주를 담당하는 중요한 날로, 시장이 매우 발달한 지역 중 하나였다.
1959년 ‘진안지’의 군세에 따르면, 진안군 진안면 시장(4·9일장), 마령면 평지리 시장(3·8일장), 백운면 백암리 백운 시장(5·10일장), 용담면 수천리 용담 시장(3·8일장), 안천면 노성리 안천 시장(4·9일장), 정천면 봉학리 조림 시장(5·10일장) 등 6개 정기 시장이 있었다.
1972년에는 면마다 정기 시장이 열려 진안군에 10개의 정기 시장이 있었다. 장날은 진안읍, 상전면, 안천면이 4·9일, 백운면과 정천면이 5·10일, 성수면이 2·7일, 마령면, 부귀면, 용담면, 동향면이 3·8일장이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장은 용담 시장으로 1912년 개장됐다. 진안시장이 1918년, 안천 시장은 1950년, 동향 시장이 1959년, 백운 시장이 1953년, 성수 시장은 1972년, 마령 시장은 1923년 부귀 시장은 1971년 정천 시장은 1953년 주천 시장은 1962년에 개장했다.
이렇게 적어도 1980년대까지 진안군에서는 상설 시장 1개소, 정기 시장 9개소, 특수 시장 1개소가 선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와 교통 발달로 진안은 인구감소를 겪었고 현재는 진안장을 제외한 모든 시장이 폐쇄됐다.
◆진안시장의 대표적 농산물
진안은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쌀과 보리 등보다는 약재와 고추, 인삼 등이 주로 거래됐다.
고추·인삼·표고버섯·산채·약초 등의 특산물과 농산물이 진안장의 주요 거래품목이었다. 특히 고추·약초 등이 유명했으며, 인삼은 전국적으로 거래됐다.
현재 인삼은 홍삼으로 특화돼 진안군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고추의 경우 진안장이 열리는 4·9일장 때 고추시장이 함께 열린다.
◆현대화 이후에도 유지한 전통
진안장은 2010년 현대화시설이 들어서며 상설시장으로 변모한다. 상설 시장에 형성된 50여 점포들은 행상을 대신했다.
진안천변을 따라 삼백집 식당부터 진안 시외버스 공용 정류장 인근 학천교 다리까지 약 400m 정도의 천변 거리에 각종 먹거리, 어물, 채소, 농기구, 옷, 잡화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장을 형성한다.
학천교부터 진무로를 지나 진용로에 이르는 지점 도로에도 각종 노점상이 들어서 북적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21년째 진안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남순(68·여)씨는 “상설시장이 있지만 장이 열리는 날은 군민뿐아니라 타지에서도 올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면서 “장이 열리는 날 진안에 생기가 돌 정도”라고 했다.
◆진안장과 함께하는 고추시장
진안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추시장이다. 진안고추시장은 진안장이 열리는 4·9·14·19·24·29일 진안시장 인근 임시주차장에 선다.
진안고추시장은 군청이 주관했다. 1999년 진안고원의 마이산 고추를 외지에 알리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개설됐다.
매년 고추 수확철에 맞춰 직거래장터를 개설함으로써 진안 고추의 판매와 생산 농가의 소득 향상을 촉진한다.
고추 시장은 매년 8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약 2개월 동안 진안 장날에 맞춰 열리고 있다.
진안군은 고추 농가에 고추 세척기, 건조기, 고추 포장재 등 지원하고 품질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고추 품질 향상을 꾀한다.
고추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생산자 실명을 표기한 고추를 직거래하는 고추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고추 출하시기에 맞추어 연간 약 16회 가량 열리는 고추 시장을 통해서 일일 최고 36t의 고추가 거래되고 있다.
진안고추시장은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고추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전라북도뿐 아니라 충청북도, 전라남도 등 타도의 상인들이 고추를 구입하는 도매 거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진안장은 상설시장에 5일장이라는 전통이 혼합된 시장이다. 현대화 속에서도 진안이 가지고 있는전통도 함께 유지하고 싶은 진안군민들의 노력이 진안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휴가철 가족과 함께 한적한 시골 속에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진안장으로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공감언론 뉴시스 cjk971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