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민시, '밀수'의 다크호스

기사등록 2023/07/27 16:39:39

다방 마담 옥분 역 맡아

"분장 충격적이었지만 자신감 생겨"

김혜수·염정아와 케미…환기 캐릭터

"대선배들과 패밀리십…2탄 찍고파"

[서울=뉴시스] 영화 '밀수' 고옥분 역 배우 고민시  2023.07.27. (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영화 '마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등. 이제 데뷔한 지 6년이 된 배우 고민시(28)의 필모그래피엔 눈에 익은 굵직한 작품들이 많다. 천방지축이었다가 반항아였다가 애절했다가 캐릭터도 변화무쌍하다. 그렇게 고민시는 차곡차곡 자양분을 쌓았고, 영화 '밀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꽃을 피웠다.

고민시가 연기한 '밀수'의 고옥분은 소위 튀는 캐릭터다.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 마을 군천에서 밀수를 하는 해녀들의 이야기에서 다방 마담인 고옥분은 동떨어진 인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컬러풀한 화장, 갈매기 눈썹, 아양 떠는 말투 등은 이질적이기보다 촘촘한 이야기 속 숨구멍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고 환기를 시켜주는 캐릭터는 진짜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예요. 블랙홀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긴장도 많이 하고 위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는 당당한 척했죠.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옥분이가 나올 수 있었어요."

망가지는 건 두렵지 않았다. 풀 메이크업으로 아름다운 비주얼을 완성하는 것도 좋지만,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하는 쪽이 낫다. 그럼에도 고옥분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갈매기 눈썹은 꼭 해야 한다는 류 감독의 주문에 따라 눈썹 일부를 깎고 분장을 했다. 구레나룻도 자르고 옆머리에 착 붙였다. 거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할 정도였다.

"영화 '봉오동 전투' 단역으로 나갈 때 얼굴을 노랗게 하는 화장도 하고 치아 변색 분장도 해봤는데 옥분이가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현장에서 좋아해 주시니까 어느 순간 분장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분장이 잘 돼 있으면 더 당당하게 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제 사진을 찍고 '호러 영화' '군천 푸바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행복했어요."(웃음)
[서울=뉴시스] 영화 '밀수' 스틸 2023.07.27. (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시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고옥분을 소화한 건 류 감독의 선견지명이었다. 고민시에 따르면 류 감독은 '마녀'에서 주인공 김다미 옆에서 찐계란을 욱여넣고 최우식에게 욕을 퍼붓는 고민시를 보고 한 작품에서 만나기를 고대했다. 고옥분 역 1순위가 고민시였고, 옥분의 성이 고씨인 것도 그 때문이다.

단지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다. 고민시는 현장에서 류 감독이 던지는 디렉팅을 즉각적으로 캐치하고 소화했다. 그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니 최대한 여러 버전을 생각하고 간다. 생각지 못한 디렉팅을 주시다 보니 몸을 릴랙스해서 할 수 있게 시뮬레이션을 했다"며 "하다 보면 빠르게 되더라"라고 했다.

"옥분이 마담이 됐을 때 치맛자락을 흩날리면서 거울을 보고 치아를 보는 장면이 있거든요. 감독님이 '치아에 고춧가루가 꼈는지 안 꼈는지 추접스럽게 보는 걸 해볼까'라면서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열심히 했더니 감독님이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 외에도 강조했던 건 추접스럽고 상스러운 것이었어요. 그런 표현 자체가 100%, 150%로 다가오더라고요."

매 순간 연기의 즐거움을 느낀 이유는 류승완 감독이 고민시가 연기만 하면 마이크를 대고 웃어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지 선배님들도 다 행복해하시니까 순간순간 반응을 보면서 즐겁게 연기했어요."
[서울=뉴시스] 영화 '밀수' 스틸 2023.07.27. (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현장은 행복이었다. 해녀들과 함께 촬영하는 신이 적어 못 어울릴 수 있게다 생각했지만, 촬영 외 시간에 선배들과 추억을 쌓으며 패밀리십을 쌓았다. 시간 날 때마다 염정아의 숙소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도 나눠먹고 여러 조언을 흡수했다. 춘자(김혜수), 진숙(염정아)과 옥분의 케미가 살 수 있었던 이유다.

"처음에 선배님들과 이 정도로 친해질지 몰랐어요. 선배님들 잘 챙겨드리고 내 몫만 잘 해내자 싶었는데, 현장에서 정말 사랑을 많이 주셨어요. 후배들은 선배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잖아요. 그렇게 사랑을 주시는데 어떤 후배가 더 애교를 안 부리겠어요. 조인성 선배가 '(김혜수, 염정아를) 놓치지 않고 싶다'고 인터뷰했더라고요. 저도 선배님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밀수'가 잘 돼서 2탄을 찍을 수 있었으면 해요."(웃음)
[서울=뉴시스] 영화 '밀수' 스틸 2023.07.27. (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밀수'를 또 한 번의 원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할 계획이다. 주연, 조연도 가리지 않는다. 영화 '봉오동 전투' '헤어질 결심'에 단역으로 등장했던 것처럼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필모그래피의 욕심이 있다면 글로벌하게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거든요. 한국을 더 잘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워낙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필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영어 공부에 욕심을 내고 있어요."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짧은 공백기도 못 견디는 편이다. 아직 인간 고민시와 배우 고민시의 중간점을 찾지 못했지만, 선배들의 조언도 새겨듣고 나아가려 한다.

"김혜수 선배님이 '자기는 너무 좋지만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면서 일하는 것 같아. 그게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돌봐줘야 해'라고 해주셨어요. 인간 고민시의 삶을 스스로 잘 돌볼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언제 또 이렇게 열정 태우겠냐는 생각도 하고요. 선배님은 '20대 때 왜 그렇게 조급해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제가 그렇거든요. 후회 없이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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