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온 9살 돌려보내자 '진료거부' 신고…소아과 "폐업"

기사등록 2023/07/25 09:59:05 최종수정 2023/07/25 16:08:21

병원 "안전·정확한 진찰 위해 보호자 동반해야"

보호자 "아이 열 많이 나 힘들어…보건소 민원"

[서울=뉴시스]동네에서 한곳뿐인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보호자 없이 병원을 찾은 9살 아동을 돌려보낸 뒤 보호자의 민원에 시달리자 병원 문을 닫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캡처 화면)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동네에 한 곳뿐인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보호자 없이 병원을 찾은 9살 아동을 돌려보낸 뒤 보호자의 민원에 시달리자 결국 병원 문을 닫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의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이 안내문에는 '본 의원은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 안내를 했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씌여 있다.

또 '어려운 상황임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대해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 더는 소아 진료를 지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제한하거나 폐업 후 성인 진료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공지됐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아홉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 받으러 왔길래 부모에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신고해서 보건소 공무원이 진료 거부 조사 명령서를 가지고 나왔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 후배는 소아청소년과가 잘 운영되는데도 불구하고 접고 아이들 안 보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썼다. “이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는 여기밖에 없다”고도 알렸다.

앞서 한 맘카페에는 홀로 병원을 찾은 아동의 보호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씨는 "병원에서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 볼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 했고,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가니 차라리 뒤로 순서를 옮겨주실 수 없느냐’고 했더니 ‘이미 접수 마감이라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제 퇴근 시간에 맞춰 다른 의원으로 갔다. 병원 가서 열 쟀더니 39.3도였다”며 “이거 당장 어디에 민원을 넣고 싶다. 우선 내일 보건소에 전화해보려 한다”고 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하지 않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진료 거부는 의료법 제15조와 보건복지부가 규정한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진료 거부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만큼 관할 보건소는 의료인의 판단이 합리적인지 여부, 명확한 사실관계와 정황 등을 바탕으로 위·적법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