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 100만원이어야 중산층 혜택"

기사등록 2023/07/19 11:59:35 최종수정 2023/07/19 15:54:05

서울시,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조발표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9일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정훈 시대정신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7.19.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정부가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월급이 100만원 수준으로 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가사노동자의 상대 임금 수준을 낮춰야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서울시 주최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 기조발표를 통해 "중산층 가정 30대 여성 중위소득이 32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월 100만원 수준이 돼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홍콩은 가사노동자의 상대임금이 1990년대 30~40% 이하가 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며 "올해 기준 홍콩 정부가 책정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최저 임금은 월 4730 HKD, 약 77만원 수준으로 홍콩 내 최저임금인 시간당 40HKD와 별도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서울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월급은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을 적용한 월 210만원 수준(일 10시간 근무 가정)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보내는 나라의 입장은 대부분 임금을 적게 주더라도 더 많은 인원을 보낼 수 있기를 원한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심지어 월 60만원만 달라고도 얘기한다"며 "임금이 낮을 수록 사업장 이탈의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공개한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운영 현황에 따르면 홍콩 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수는 지난해 기준 33만8189명으로 전체 노동인구(377만6000명)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인구의 10명 중 1명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인 셈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국적은 필리핀 56.2%, 인도네시아 41.4% 등으로 나타났다. 기타 국가로는 인도, 태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순으로 집계됐다. 홍콩 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임금은 약 76만원으로 평균적으로는 약 110만2000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 절반인 50만원 정도는 본국에 송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본국에서 20만원 정도 밖에 벌 수 없는 분들이 이곳에 와서 80만원을 벌게 된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빈곤 탈출의 중요한 통로가 되기 때문에 소위 '노예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피하다면 정부가 소득 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시범사업 규모는 500~1000명 이상이 돼야 유의미한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도입된 이후에도 합계 출산율이 저조한 점에 대해서는 "1990년대 이후 합계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가사도우미 제도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여부와 출산율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가사도우미 채용 가정에서 자녀 수가 증가하는 등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며 "최근에는 인과적 영향이 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여성 노동 참여율과 아이의 학업 등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1978년부터 2006년 사이에 0~5세 자녀를 가진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10~14%p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아울러 가사도우미가 있는 가정에서 아이가 유급당할 확률이 약 3~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영어를 쓰는 나라 출신의 가사 도우미와 함께 살 경우 영어 점수가 다른 아이들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저출생 해소를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4위,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위"라며 "근로시간 단축 정책과 함께 추진되고, 이러한 상황이 개선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월 200~300만원 가량의 가사도우미 비용은 보통의 가정에 큰 부담이 된다. 보통 한 달 벌어 가사도우미에게 다 줘야 한다는 걱정이 있다"며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가사사용인'이라는 분류를 적극 활용해서 가사도우미 정책을 대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 발표 자료. (사진=서울시 제공). 2023.07.19. photo@newsis.com

입주형 가사도우미가 일반적인 홍콩과 달리 출퇴근 방식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200만원대의 월급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부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입주형 방식은 어려울 수 있고 출퇴근형 서비스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201만원 수준으로 숙박·식비·교통비 등을 감안했을 때 순수입은 80~90만원 정도다.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이틀간의 가사도우미 수요 조사 결과 현재 가사도우미 이용 고객 중 150명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이용 의향을 표명했다"며 "중요한 것은 지금은 공급이 없기 때문에 일단 시작은 출퇴근형 외국인 가사도우미에서 시작하되 나중에 아이들 등하원만 책임져주는 간헐적인 서비스 등으로 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법학박사)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단순히 누군가가 아이를 봐주는 것, 저임금에 초점을 맞춘다면 현 세대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이와 행복과 부모 자신의 일·가정 양립에 대한 욕구가 커져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임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과 관련해 "체계적 관리가 가능한 인증기관 고용방식(일본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사근로자법상 정부인증기관에서 E-9 비자로 고용·운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인증기관 협의를 거쳐 적정 규모를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시범사업은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외국인 간병, 노인돌봄 서비스 인력 도입, 우수한 외국 인재들의 유입방안 등 다가오는 이민 사회와 외국인력 활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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