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5개월 연속 상승세
규제 완화 후 급매물 소진…집값 상승 기저효과
집값 추세적 반등 예단 일러…"하방 압력 여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거래가 뜸해졌어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집값이 더 오르길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일정 호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며 "호가가 오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강남과 마포 등 매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집값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1.43% 올랐다. 실거래가 지수가 오른 것은 최근 직전 거래가 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 상승 거래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올해 1월 1.04% 상승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오름폭은 전월(1.59%) 대비 다소 둔화했다.
권역별로는 마포·서대문·은평구 등이 있는 서북권이 2.46% 오르며 5대 권역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있는 동남권은 2.01% 올랐고, 동작·영등포·양천구 등이 있는 서남권이 1.55% 올라 뒤를 이었다.
아파트 거래량도 회복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8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581건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3000건을 넘어섰다. 아직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달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매심리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86.5로, 전주(85.6) 대비 0.9p(포인트) 올랐다. 지난 2월 넷째 주(66.3) 바닥을 찍은 뒤 19주 연속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일부 단지에서 상승 거래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공덕동 마포현대(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거래된 9억5000만원과 비교해 1억9000만원 올랐다. 또 지난 5월 21억원에 거래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84㎡)는 최근 23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아파트값 하락 폭이 주춤하고, 강남과 송파 등 일부 지역에선 반등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값의 추세적인 반등을 전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거래량도 예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 집값 회복세가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택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상승했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최악의 거래 절벽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거래량을 두고 집값 상승 전환을 예단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호재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으나, 부동산 시장 전체를 회복할 만한 동력이 없다 보니 침체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지속과 고금리 기조 유지, 깡통 전세와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집값 하방압력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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