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차오르자 역주행…오송 참사 급박한 순간 포착

기사등록 2023/07/17 11:52:35 최종수정 2023/07/17 11:55:43

지난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에서 참변을 당한 희생자 사연 알려져

물이 차오르자 역주행으로 빠져나온 생존자 차량 블랙박스 영상 공개

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막바지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영 인턴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인해 차량 15대가 물에 잠기며 현재까지 1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전해지는 가운데, 참사 직전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생존자의 사연과 사망자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생사의 희비가 비참하게 엇갈리고 있다.

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위치한 궁평2 지하차도에서 발생했다. 폭우에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약 3분 만에 6만톤 가량의 강물이 지하차도를 메웠다.

물이 차오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도로를 역주행해 현장을 벗어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지난 16일 한 방송사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 속 지하차도 진입로에는 와이퍼가 쉴 틈 없이 움직일 정도로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해당 차량이 지하차도로 들어가자 전방에 비상등을 켠 버스 한 대가 천천히 주행 중인 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버스 옆으로 물이 빠른 속도로 차올랐고, 이를 발견한 차량 주인은 다급히 핸들을 꺾었다. 계속해서 지하차도로 진입하는 차를 향해 큰 소리로 위험을 알리며 역주행으로 차도를 빠져나가는 기지를 발휘한 끝에 참사를 피했지만, 많은 이들이 지하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다.
우송 지하차도를 역주행해 빠져나와 참변을 피한 생존자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KBS News' 캡처본) *재판매 및 DB 금지


참사 피해자 A(24·여)씨는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수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탑승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A씨는 친구와 나눈 마지막 통화 내용에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 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A씨의 외삼촌 이모(49)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착한 아이였다. 외동딸로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며 "작년에 작업치료사로 취업했다고 좋아했는데,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씨가 마지막 통화에서 언급한 50대 버스 기사도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버스 기사는 마지막까지 승객들에게 "물 들어온다. 창문 깨뜨릴 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같은 버스에 탔던 박모(76·여)씨와 백모(72·여)씨는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던 친구 사이였지만, 결국 참사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소방 당국은 해당 시내버스에서만 5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알렸다.

청주 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모씨(30·남)도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혼 3개월 차 새신랑이었던 김씨는 임용고시를 보러 가는 처남을 태우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물이 차오르자 김씨와 처남은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차량 지붕으로 올라갔고, 헤엄쳐 나오려 했지만 거센 물살 때문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물살 속에서 처남은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김씨는 결국 나오지 못했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40대 의사를 아들로 둔 김모(75·남)씨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아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어딜 가도 자랑스러웠던 아들인데, 찬물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울먹거렸다.

한편 충북경찰청은 실종사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도로와 제방 관리 책임의 소재를 밝히기 위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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